美 통관 전문가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세율에 "상담사 노릇까지 맡아"

미국에서 새 관세 정책 때문에 세관 중개인들이 이전에 없던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7일 배런스(Barron's) 보도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전 세계 관세 부과를 밝힌 뒤 세관 중개인들이 관세 분쟁의 맨 앞에 섰다는 것이다.
IBC 커스텀즈 브로커리지의 셰리 팔로타는 "24시간 일한다. 밤낮으로 일하는데,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다"며 "정신없이 몰리는 상황"이라고 배런스에 말했다.
세관 중개인들은 수입업체가 약 2만 개 넘는 가운데 제품에 맞는 10자리 코드를 고르도록 돕는다. 일부 제품은 여러 코드가 필요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분쟁이 시작하기 전에도 이런 경우 규정을 모두 지키기 어려웠다고 한다.
카렌 페리 커스텀즈 브로커스의 카렌 페리는 "세관 중개인, 경제학자, 그리고 상담사 노릇을 모두 한다"며 "고객들이 '이 상황이 계속되면 너무 힘들어 사업을 접어야 할 것 같다'고 말할 때 공감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 혼란스럽게 바뀌는 관세 정책... "15분 만에 달라지기도"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 직전까지 대부분 화물은 관세가 없거나 낮은 세율로 미국에 들어왔다. 지난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4%에 그쳤고, 많은 수입업체에게 통관은 방해물이 아니라 귀찮은 일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상황이 빠르게 바뀌었다. 2월에는 미국의 3대 무역 파트너인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상품에 첫 번째로 큰 관세가 새롭게 부과되었다.
1982년에 중개인 면허를 받고 크리거 월드와이드의 사장이 된 로버트 크리거는 "특히 멕시코 국경에서 일이 바쁘다"며 "아침에 일어나면 이메일과 문자가 쌓인다. '도와줘! 관세가 나를 망하게 할 것 같아. 어떤 조언이 있나?' 라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이 몇 달 동안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2일,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비상 상황을 위한 법률을 써서 중국에서 들여오는 상품에 34%의 추가 관세를, 다른 모든 수입품에는 기본 1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일부 나라에는 1%에서 40%까지 추가 관세가 붙었다.
4월 5일에는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가 실제 적용됐다. 4월 8일, 다음 날 시행될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세금은 84%로 올랐다. 나머지 관세가 시행된 4월 9일 끝날 무렵 중국 추가 관세는 125%로 올랐고, 나머지 나라들은 기본 10%를 빼고 모든 관세를 90일 동안 잠시 미뤘다.
"한 행정명령을 이해하고 나면 곧 달라진다"고 팔로타는 말했다. 페리도 "조심해, 2시간 안에 또 규정이 바뀔 수 있다. 내일 바뀔 수도 있고 월요일에 바뀔 수도 있다"라고 고객에게 경고했는데, "그런데 그 15분 뒤에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갑자기 바뀐 정책은 백악관이 제대로 알리지 않아 더 복잡해졌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한 세관 중개인은 배런스에 "처음에는 트윗이고, 그다음에는 행정명령이다. 하지만 그 문구는 비슷하다. 그러나 업계에서 우리가 행동을 취하기에는 정확히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불확실한 상황 때문에 보통은 전문 지식을 알려주는 세관 중개인들조차 이제 즉석에서 적응한다고 페리는 말했다. 크리거는 고객들에게 매일 조언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미래를 내다보는 수정 구슬이 고장 났다"며 불확실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표현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