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펀드매니저 “머스크 기업 투자 막고 내부고발 이후 해고” 주장

미국 굴지의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가까운 실리콘밸리 투자자와 법정 분쟁에 휘말렸다.
브룩필드는 연기금, 정부투자기금, 금융기관 등의 자산을 포함해 약 1조 달러(약 1370조원)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나다. 캐나다 총리로 취임한 마크 카니 전 중앙은행 총재가 올해 1월까지 브룩필드 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브룩필드에서 펀드를 운용했던 조시 라파엘리가 회사를 상대로 사기와 뇌물 시도, 투자 제한 행위 등을 주장하며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상급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 보도했다.
라파엘리는 소장에서 “브룩필드가 다른 사업 부문의 손실을 만회하려는 과정에서 투자자 이익을 해쳤고, 내부 고발 이후 나를 해고했다”며 “회사가 머스크 관련 투자 기회를 부당하게 제한해 투자자 수익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했다. 브룩필드는 “소송은 전직 직원의 불만에서 비롯된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라파엘리는 2017년부터 브룩필드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펀드를 운용해왔다. 기본 연봉은 50만 달러(약 6억8500만원)였으며 성과에 따라 수천만 달러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까지 라파엘리가 운용한 펀드는 17억5000만 달러(약 2조3980억원)를 관리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브룩필드 자체 자금이었다.
라파엘리는 스페이스X와 테슬라 이사회 관찰자 자격으로 머스크 기업 내부에 접근한 경력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운용하는 펀드가 스페이스X,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 터널 굴착 전문회사 보링컴퍼니 등 머스크 관련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치했다.
그러나 브룩필드는 미증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상업용 부동산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뒤 자체 자금 투입 약속을 일부 철회하고 외부 투자자 유치도 막았다고 라파엘리는 주장했다.
그는 특히 “머스크의 xAI에 대한 투자 규모를 당초 2500만 달러(약 342억원)에서 500만 달러(약 68억원)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마치 페이스북이나 애플 주식을 저가에 살 기회를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xAI의 기업 가치는 지난 1년 사이 80억 달러(약 10조9600억원)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소장에 따르면 브룩필드는 라파엘리의 펀드를 자회사인 파인그로브캐피털파트너스와 합병하려 했으며 라파엘리는 이 자회사에 대해 자산 규모를 1억 달러(약 1370억원) 이상 부풀리고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의혹을 내부 신고 웹사이트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브룩필드 고위 인사는 라파엘리에게 “합병이 고객에게 불리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며 설득을 시도했으며, 이후 라파엘리에게 기존 계약상 최대 4600만 달러(약 63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보상안을 제시했다고 라파엘리는 주장했다.
라파엘리는 이를 “사실상의 뇌물”로 간주하고 SEC 제출 자료를 브룩필드 법무팀에도 전달했다. 그는 9일 뒤 해고됐다.
이번 소송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머스크와의 인연이 있는 투자자를 어떻게 다뤘는지, 내부고발자 보호 문제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주목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