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무인 무기체계 등장으로 방산업계 판도 변화, 시가총액 약 34조 원 감소

지난해 노스롭 그루먼, 록히드 마틴, 제너럴 다이내믹스 같은 방위산업체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도전을 받아 왔다. 첫째, 전쟁 수행 방식이 바뀌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서는 인력과 장비 부족을 메우려고 값싼 드론을 무기화했고, 중동에서는 무인항공기가 공격, 정찰, 표적 지정에 필수 전투도구가 됐다.
이제는 130억 달러(약 18조 원)짜리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이 단지 수백만 달러에 불과한 극초음속 미사일이나 자율 잠수함의 위협을 받는 세상이 됐다. 값싼 기술이 고가 무기를 쓸모없게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긴 개발 기간과 수십억 달러 가격표는 사치로 여겨진다.
이런 변화와 함께 방위산업체들은 국내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새 정부는 변화를 가져오지만, 트럼프 행정부 초기는 특히 혼란스럽다. 국방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간신히 상원 인준을 받았으며(JD 밴스 부통령이 결정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참의장 C.Q. 브라운을 해임했는데, 이는 새 대통령으로서는 드문 조치였다.
지도부 혼란과 함께 일론 머스크의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머스크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나 안두리 인더스트리스 같은 신생 기업들의 인공지능 기술이 기존 군사 프로그램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록히드, 노스롭, 제너럴 다이내믹스,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의 주가는 선거 이후 평균 10% 내렸으며, 시가총액은 약 250억 달러(약 34조9000억 원) 줄었다.
◇ 저비용 무기체계 수요 늘어...인공지능·드론 기술 부상
전쟁터는 새 무기와 전략의 실험실이 됐다. 지난 5월 초, 우크라이나는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 전투기 두 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인공지능 시스템인 메이븐을 써서 후티 반군 표적을 추적하고 있으며, 예멘에서 발사된 드론과 미사일을 RTX사가 만든 패트리어트 미사일로 격추하고 있다. 패트리어트는 효과적인 방어 무기지만, 한 발당 100만 달러(약 13억6000만 원)나 하는 고가의 미사일로 단 몇만 달러 정도의 저가 드론을 격추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이는 마치 장기에서 상대의 졸 한 개를 잡기 위해 자신의 포나 차를 희생하는 것과 같이 가치가 맞지 않는 교환이라는 설명이다. 방어 비용이 공격 비용보다 몇십 배나 비싸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전략이 될 수 없다.
적이 값싼 무기를 쓸 때는 방어 비용도 줄여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국방 조달 시스템 상당 부분은 '비용-플러스 계약' 방식을 따르는데, 이는 무기 생산업체에 제작비용에 일정 비율의 이윤을 더해 보장해주는 계약이다. 이러한 방식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전투기는 민간 시장이 없어 상업적 경쟁이 불가능하고, 국방부가 제시된 가격에 만족하지 않더라도 다른 공급처를 찾기 어렵다. 이런 계약 방식은 군이 필요한 장비를 적시에 확보할 수 있게 해주지만, 비용 절감 동기는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펜타곤은 비용과 성능 사이 균형을 맞출 필요성을 알고 있다. 미군은 이미 육지, 해상, 공중에서 수십 개 무인 시스템을 쓰고 있으며, 더 많은 시스템이 개발 중이다. 드론 기술 발전으로 2024년에 더 비싼 미래 공격 정찰 항공기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무인 협력 전투기를 지지했는데, 이는 한 명 조종사가 10대 무인항공기를 지휘하는 개념이다. 동시에 보잉사에 6세대 유인 전투기 프로그램을 맡겼다.
트럼프 대통령 목표는 분명하다. 그는 중국과 다른 지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새 기술을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는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군사 체제를 원한다. 세계 평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미국은 앞으로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를 국가 안보에 쓸 것으로 보인다.
2026 회계연도에 대한 트럼프의 처음 요청은 1조 달러(약 1398조 원)를 약간 넘는 금액으로, 이는 2025년보다 13% 늘어난 수치다. 1130억 달러(약 158조 원)의 전년 대비 증가액에는 조선업 확대, F-47 차세대 전투기 자금 지원, 미국 핵 무기 현대화, 트럼프의 '골든 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개발 등이 들어 있다.
이런 변화 속에서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있다. 전통 방위산업체 중에서는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가 사업 다각화 덕분에 유망한 투자처로 꼽힌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노아 포포낙은 "L3해리스는 특정 프로그램에 높은 집중도를 보이지 않아 늘어나는 국방 예산 혜택을 받으면서도 예산 변화에서 더 잘 보호된다"고 말했다. 포포낙은 L3해리스에 매수 등급과 283달러 목표가를 제시했는데, 이는 최근 거래가인 216달러보다 약 31% 높은 수준이다.
노스롭 그루먼도 유망한 기업으로 꼽힌다. 스텔스 폭격기로 유명한 노스롭은 항공우주, 미사일 방어, 핵무기, 감시, 무인 시스템, 우주 분야에 걸쳐 다각화했다. 또한, 해군 차세대 공중 방어 프로그램에서 보잉을 제치고 계약을 따낼 경우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신생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에어로바이론먼트, 카만 홀딩스, 크라토스 디펜스 & 시큐리티 솔루션스 등 작은 기업들이 스마트 탄약과 드론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신생 기업들 존재는 기존 방위산업체들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값싸게 일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에어로다이내믹 자문사 매니징 디렉터 리처드 아부라피아는 "새로운 경쟁이 생기는 것은 환상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안보 환경이 바뀌는 가운데, 저비용 고효율 전쟁 수행 방식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배런스는 전했다. 방위산업체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며, 투자자들에게는 전통 대형 업체와 혁신적인 신생 기업 모두에서 기회가 열려 있다고 이 매체는 전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