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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제조업계, 베트남 등 동남아로 탈출 러시…트럼프 관세 회피 전략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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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中 제조업계, 베트남 등 동남아로 탈출 러시…트럼프 관세 회피 전략 가속

지난 2019년 5월 26일(현지시각) 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한 공구업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5월 26일(현지시각) 중국 장쑤성 화이안의 한 공구업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조치로 인해 베트남 등 주변국으로 생산기지를 급격히 이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발 수출을 사실상 막아섰다. 그 결과 중국 내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기존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지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는 것.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바바와 쉬인 등도 베트남 진출을 도우며 대체 생산기지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는 베트남 현지에 직원을 파견해 중국 공장들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쉬인은 일부 중국 공장에 이주 비용을 보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북부에서 7개의 공장을 운영 중인 부 만 훙은 NYT와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로부터 공장을 빌려 쓰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미 미국 바이어들의 주문 물량을 처리하기에도 벅차 계약을 체결하진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 동관과 베트남 북부에 각각 공장을 두고 수상 스포츠 제품을 생산하는 QIS 스포츠 굿즈도 베트남 인력을 급속히 확충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응우옌 잔은 “3년 전만 해도 우리가 약한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가격 경쟁력도 확보했고 공장 가동률도 매우 높다”며 “매우 분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동관에 본사를 둔 동관박스는 최근 베트남 공장에 미국 고객 전용 생산라인을 새로 열었다. 티파니, 홀마크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달부터 미국 고객들이 베트남으로 생산을 급히 전환할 수 있느냐는 요청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케팅 매니저 리타 펑은 “중국에서 만드는 게 더 빠르고 싸다. 같은 선물 상자를 중국에서는 1달러면 만들 수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원자재를 가져와야 하니 1.2달러나 든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공급망 재편은 지난 2018년 1차 미·중 무역전쟁 당시에도 일어났지만 당시에는 관세율이 낮아 제조업 대이동이 현실화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관세율이 사실상 교역 중단 수준에 달하면서 중국 기업들조차 탈중국에 나서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베트남에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생산하는 지아위 테크놀로지는 지난 3년 동안 생산의 절반 이상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이 회사는 미국 고객이 대다수여서 추가 이전도 고려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인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꼭 필요하다. 중국과 미국이 협상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부 중국 기업들은 원산지를 숨기고 우회 수출하는 방식을 모색 중이다. 중국 SNS 샤오훙슈에는 “말레이시아나 태국을 경유해 재포장하면 미국 수출이 가능하다”는 게시물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새로운 관세 부과는 7월 초까지 유예한 상태로 미국은 중국의 우회 수출 통로가 되지 않도록 베트남 정부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