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재단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영리단체 세제 혜택 철회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연대에 나섰다.
포드재단,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찰스코크재단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재단들이 조세 면제 지위를 지키기 위한 법적 대응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재단들의 세제 혜택을 직접 철회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난 1월 21일 발표한 행정명령을 통해 자산 5억달러(약 675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형 비영리단체들을 대상으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이 불법적 차별이나 특혜를 초래하는지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 명령은 미국 대통령이 대형 비영리단체나 재단을 직접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첫 사례로 관련 재단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존 D 앤 캐서린 T 맥아더재단의 존 팔프리 회장은 “우리가 먼저 싸움을 건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일을 하게 내버려두라는 입장”이라며 “행정부가 기부 활동을 이유로 세제 혜택을 철회하려 한다면 우리는 명확한 법적 논거로 강력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게이츠재단 대변인도 “비영리단체의 세제 혜택을 유지하는 것은 수백만 명이 의존하는 중요한 서비스를 지속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WSJ에 따르면 이번 연대에는 진보 성향의 포드재단뿐만 아니라 보수 성향의 찰스코크재단도 참여하고 있다. 팔프리 회장은 “리버테리언과 보수 재단들도 향후 다른 행정부가 자신들의 세제 혜택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집단적으로 법률 대리인을 선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일부는 이미 법률 및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전국 재단 협의체인 ‘카운슬 온 파운데이션스’도 이번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명문 사립대인 하버드대학교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 철회를 위협하고 있으며 지난 2월에는 하버드대에 제공하는 22억달러(약 2조9700억원)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동결했다. 이에 대해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세제 혜택 철회는 매우 불법적인 조치이며, 교육과 연구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버드대는 이미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세청(IRS)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 조사할 것을 요청했다.
미국 재단계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세제 문제를 넘어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고 있다. 뉴욕 소재 비영리단체 베라정의연구소의 닉 터너 대표는 “이 행정부는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여기는 시민사회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