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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항구 비면 돈 덜 잃는다”…물류 마비에도 ‘대중 무역적자 줄이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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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항구 비면 돈 덜 잃는다”…물류 마비에도 ‘대중 무역적자 줄이기’ 강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항구의 물류량 급감해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돈을 덜 잃고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 적자 축소를 위한 고율 관세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이 11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포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영국과 처음으로 무역 합의를 했다는 발표를 하기 위해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내 항구 물류량이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건 나쁜 게 아니라 좋은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거래를 안 했다면 오히려 더 나았을 것”이라며 “우리가 돈을 덜 잃는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 적자는 5000억 달러(약 699조원)에서 1조1000억 달러(약 1539조원)까지 늘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이 아무런 거래를 하지 않는 게 차라리 나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 이후 실제로 미국 항만 물동량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 컨테이너 추적 소프트웨어 업체 비지온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계획을 발표한 전후 5주 동안 미국의 주요 항만 대부분에서 컨테이너 수가 감소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항은 수출이 50% 급감했고 미국 최대 항구인 로스앤젤레스항은 수출이 17% 줄었다. 지난달 28일로 끝나는 주 기준으로는 전체 컨테이너량이 전주 대비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 세로카 로스앤젤레스항 국장은 지난달 CNN과 인터뷰에서 “선적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미국 소매업체들이 재고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약 6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율 관세에 따른 수입 감소가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로 최근에는 이를 8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여전히 무역에 치명적인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화이트하우스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노믹스의 재앙으로부터 미국 국민에게 해방을 제공하고 있으며”면서 “미국의 위대한 부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3월 국내 총투자(GDI)가 22% 증가했고 물가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물류업계 전문가들은 공급망 혼란이 이어질 경우 기업의 창고 비용 및 육상 운송 비용 증가,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프레이트 분석 플랫폼 제네타의 피터 샌드 수석 분석가는 “세계 공급망은 꾸준할 때 가장 잘 작동하는데, 갑작스러운 물량 급증이나 정체가 오히려 해를 끼친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하버드대 경제정책 교수 제이슨 퍼먼은 “미국은 중국에서 굉장히 유용한 물건들을 수입하고 있다”며 “공급 다변화가 필요하다면 점진적으로 해야지 하루아침에 수입을 막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퍼먼 교수는 “국가안보에 중요한 분야에 대한 선택적 관세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아이들이 인형 30개 대신 2개만 사라는 식의 정책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관세 여파로 인형 등 일부 소비재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에 “소녀들이 인형 30개 대신 2개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