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노동자 목소리 보장 요구 확산
곰팡이·화학물질 노출 등 현장 위험... 노조 설립 시도에 해고 주장까지
미국 켄터키주에 짓고 있는 포드(Ford)와 SK온(SK On)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BlueOvalSK) 배터리 공장에서 근로자 안전 문제와 노조 결성 방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4일(현지시각) 포드 전문 매체 '포드 어소리티'(Ford Authority)와 미국 현지 언론, 노동계, 투자자 단체의 공식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곰팡이·화학물질 노출 등 현장 위험... 노조 설립 시도에 해고 주장까지
블루오벌SK는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들어서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으로, 완공하면 연간 120기가와트시(GWh) 이상 배터리를 생산하고 7500명 안팎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해 12월 이 합작법인에 96억 3000만 달러(약 13조 56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승인했다.
공장 현장에서는 지난해 초 곰팡이 오염이 확인된 뒤, 박쥐 배설물, 막힌 비상구, 노출된 전선, 화학물질 취급 등 다양한 안전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근로자는 곰팡이와 화학물질에 노출돼 호흡기 질환, 피부 발진, 두통 등 건강 이상을 호소했고, 병원 치료를 받은 사례도 나왔다. 켄터키주 당국은 이 공장과 관련해 15건의 산업안전보건 조사를 벌였고, 수십 명이 다치거나 병을 얻었다는 의료 기록도 나왔다.
근로자들은 "화학물질 노출, 환기 부족, 보호장비 미지급 등으로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런 문제를 경영진에 알리면 해고될까 두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근로자는 안전 문제를 알렸다가 해고됐다고 주장했으나, 블루오벌SK는 "모든 안전 문제는 조사하고 해결하고 있으며, 해고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 UAW·투자자들 "노동자 권리 보장하라"... 회사 "안전 최우선" 입장 반복
이런 상황에서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공식 성명을 내고 "블루오벌SK의 위험한 작업 환경에 분노한다. 노동자들은 매일 위험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UAW 척 브라우닝 부회장은 "노동자들은 건강과 안전 등 노동 조건에 대해 진정한 발언권을 원한다. 포드는 더 이상 핑계를 대지 말고, 노동자들이 노조 결성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투표를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블루오벌SK 근로자들은 지난 1월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에 UAW 가입을 위한 노조 선거를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 쪽은 "아직 생산이 본격화되지 않았고, 전체 인력도 채용하지 않았다"며 선거 일정을 미루고 있다.
노동계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14개 투자자 그룹(운용 자산: 580억 달러)이 포드 이사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블루오벌SK의 노조 결성 방해, 흑인 지역 주민과의 소통 부족 등 심각한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투자자들은 "포드는 합작법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노동자 인권과 지역사회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포드 쪽은 "지역사회와 소통을 위해 900만 달러(약 126억 원) 규모의 '굿 네이버 플랜'을 시행하고 있으며, 노동자와 직접 소통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블루오벌SK도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노조 탄압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빠르게 커지면서 노동자 안전, 인권, 지역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계와 투자자, 지역사회가 동시에 문제를 제기한 만큼 포드와 SK온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