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총장 25% 급여 삭감, 콜롬비아 180명 해고 등 '연쇄 충격'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기부금 규제, 아이비리그·주립대까지 구조조정 확산
트럼프 행정부의 연구비 삭감·기부금 규제, 아이비리그·주립대까지 구조조정 확산

이 같은 변화는 하버드, 콜롬비아, 프린스턴, 미시간주립대 등 주요 대학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난 16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 하버드 총장, 급여 25% 줄여
하버드대학교는 최근 앨런 가버 총장이 급여의 4분의 1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버드 예술·과학대학 학장 호피 후크스트라 교수는 "연방정부와의 법정 다툼에서 이긴다 해도, 앞으로는 예전처럼 넉넉하게 연구비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려면 지금 당장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전체 예산의 절반가량을 미국 정부 연구비에 기대왔으나, 최근 거의 모든 직접 지원이 끊기면서 대학원생 뽑는 인원을 줄이고, 일부 직원은 내보내고, 커피·음식 제공이나 프린터·전화기 등 기본 비용도 크게 줄이고 있다. 학교는 연방정부의 22억6000만 달러(약 3조160억 원) 규모 연구비 지원이 중단되고, 추가로 4억5000만 달러(약 6300억 원)가 삭감되면서 연구원 해고, 연구 중단, 동물 실험 중단 등 긴축 조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자금난 극복을 위해 학교 자체 재원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 원)를 일부 연구 유지에 임시로 투입하기로 했지만, 이 조치만으로는 모든 연구와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어려운 선택과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콜롬비아대, 연구원 180명 내보내고 프린스턴·미시간주립대도 예산 줄여
콜롬비아대학교는 최근 정부가 반유대주의 논란과 관련해 300여 건의 연구비 지원을 끊으면서, 그 연구에 참여하던 연구원 180명을 내보냈다. 이는 해당 연구비로 일하던 인력의 5분의 1에 이른다. 학교는 "단기적으로 연구를 이어가려 내부에서 '안정화 자금'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임시총장 클레어 시프먼은 지난 5월 공개한 글에서 "재정 부담과 연구 활동에 가해지는 압박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프린스턴대학교는 모든 부서에 앞으로 3년 동안 예산을 5~10% 줄이라고 지시했다. 학교는 "정부 연구비가 크게 줄고, 기부금에 붙는 세금도 올라가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시간주립대학교도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재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알렸다.
◇ 정책 변화가 대학 재정 흔들어...학부 교육에도 영향 우려
이번 위기의 바탕에는 미국 정부가 연구비 지원을 끊고, 외국에서 들어오는 기부금을 엄격히 규제하며, 기부금에 붙는 세금을 올린 것이 있다. 하버드, 콜롬비아, 프린스턴 등은 그동안 정부 연구비와 큰 기부금에 많이 의지해왔으나, 이번 조치로 재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미대학경영자협회 루스 존스턴 부회장은 "이번 일로 미국 대학들은 그동안의 재정 구조와 운영 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네시대학교 로버트 켈첸 교수는 "예전에는 학생 수가 줄어 어려움을 겪던 대학이 많았지만, 이제는 연구 중심 대학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처음에는 신규 채용 중단, 건물 신축 연기, 학과 통폐합 등 쉬운 예산 줄이기부터 시작하지만, 앞으로는 학부 교육 등 대학의 핵심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직 학부 교육에는 직접 변화가 없지만, 올가을부터는 학교 전체에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 주요 대학의 재정난은 정부 정책 변화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교육계에서는 "변화가 짧은 기간에 풀릴 일은 아니다"는 의견이 많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