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사설 신용회사 등 비은행권 영향력 확대로 금융 시장 위험 높아져

은행 밖에서 신용 공급이 늘어나면서, 연준이 직접 감시하거나 규제하지 않는 금융 회사가 시장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하루에 오가는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 규모는 약 4조 달러(약 5548조 원)에 이른다. 이 시장은 헤지펀드, 머니마켓펀드 등 여러 기관이 단기 자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데 꼭 필요하다.
◇ 비은행권 신용 공급 확대, 금융 시장 위험 키워
로건 총재는 "레버리지 거래는 갑자기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헤지펀드가 선물시장에서 국채를 사기 위해 돈을 빌려 거래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시장이 흔들릴 때 이런 거래가 금융시장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라이트슨(Wrightson) ICAP의 루 크랜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국채 가격이 크게 흔들렸던 시기가 자금시장 유동성이 가장 적은 때와 겹쳤다면 결과는 훨씬 심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4월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히자 투자자들이 물가 오름세를 다시 따져보면서 국채 수익률이 뛰었다. 시장에서는 이런 충격이 은행들이 분기 말 재무제표를 정리하느라 국채를 팔지 않는 시기에 벌어졌다면, 시장이 멈췄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매조건부채권 시장은 단기 자금조달의 중심이다. 이 시장은 높은 레버리지와 낮은 담보 비율로 거래가 이뤄진다. 신뢰가 흔들리면 돈을 빌려주는 쪽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거나, 아예 시장에서 빠질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복잡하게 얽힌 레버리지 거래가 한꺼번에 정리되면서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 중앙 청산 도입 등 제도 개선 논의
로건 총재는 "일부 회사가 국채를 현금으로 바꾸면서 담보 외에 추가로 위험을 막을 장치도 없이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거래 대부분이 비공개로 이뤄지고, 각 회사가 스스로 조건을 정한다. 이 때문에 시장이 흔들릴 때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 연준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중앙청산소를 통해 국채와 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한 곳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청산소가 거래를 맡으면, 담보 기준이 같아지고 한 회사가 무너지더라도 연쇄적으로 위험이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이미 관련 규칙을 마련했지만, 실제 시행은 늦어지고 있다.
연준은 또 시장 불안이 커질 때 단기 금리 조절 수단을 더 빨리 쓸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로건 총재는 "연준이 단기 금리 조절 수단을 더 빨리 쓸 수 있어야 한다"며, 뉴욕 연준이 오전에 결제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연준의 안전장치 자금이 오후에 제공돼, 아침에 갑자기 돈이 부족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신용 공급이 은행을 벗어나 비은행권으로 옮겨가면서, 금융 시장의 불투명성이 커지고 위기 때 연준이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서는 중앙청산소 도입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연준의 역할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신용 흐름을 더 꼼꼼히 살피고, 비은행권의 위험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