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듀 대사 "트럼프 우선순위 공유"...中 "미국이 반쯤 만나주길"
90일 관세 휴전에도 화웨이 칩 금지 등 갈등 지속
90일 관세 휴전에도 화웨이 칩 금지 등 갈등 지속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마자오수(馬朝旭) 외교부 차관은 지난 20일 퍼듀 대사와 "솔직하고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퍼듀 대사가 지난주 베이징에 부임한 이후 중국 고위 관리와 가진 첫 공식 접촉으로, 양측은 미·중 관계와 상호 관심사에 관한 중요 의제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마 차관은 회담에서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상호존중, 평화공존, 상생협력의 3대 원칙에 따라 미중 관계를 바라보고 처리하며 자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확고히 수호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 차관은 "우리는 미국이 중국을 반쯤 만나(meet China halfway) 미·중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상호 양보를 통한 관계 개선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퍼듀 대사는 회담 다음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중 관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를 공유했다"며 "미국 국민을 위한 구체적인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외교부 및 중국 당국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5월 초 제네바에서 양국이 90일간 서로에 대한 관세를 임시로 인하하기로 합의한 후 이루어진 것으로, 지난 4월 2일 트럼프 정부의 글로벌 관세 전쟁 선언 이후 촉발된 양국 간 보복 관세 전쟁의 일시적 휴전 상태에서 진행됐다.
조지아주 출신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퍼듀 대사는 향후 중국과의 무역 협상과 미국의 펜타닐 위기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관세 휴전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기술 분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주 미국 상무부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첨단 화웨이 칩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가 양국 간 무역 협상을 훼손했다고 비난하며, 장기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같은 날 강경화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과의 회담에서 "최근 미·중 고위급 경제·무역 회담에서 진전을 이룬 것은 동등한 대화와 상호 존중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미국은 중국의 합법적 개발권을 계속 억제하고 중국산 칩에 대한 전면적 금지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노골적이고 일방적인 괴롭힘"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 공산당 국제연락부장 류젠차오는 전날 미국 청년 대표단과의 회의에서 "양국 관계의 기복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미국 국민 간의 우정은 변함이 없다"며 "중미 관계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하며 인적 교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휴전이라는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제재와 같은 기술 분야 갈등이 지속되는 한 양국 관계의 근본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퍼듀 대사의 중국 부임과 첫 회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