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루모, 가격 인상 검토… 올림푸스 "생산 이전 불가", 공급망 조정으로 대응
특화된 제조 전문성·높은 시장 점유율 '무기'… "관세 비용, 美 고객에 전가" 예상
특화된 제조 전문성·높은 시장 점유율 '무기'… "관세 비용, 美 고객에 전가" 예상

도쿄에 본사를 둔 테루모(Terumo)와 올림푸스(Olympus)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분의 일부를 미국 고객에게 전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혈관 및 뇌혈관 치료에 사용되는 가이드와이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테루모는 과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시장 점유율 손실 없이 가격을 성공적으로 인상한 경험이 있다.
진 하기모토 테루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우리가 할 일은 실현 가능한 경우 가격 인상을 시장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또한 미국 시장으로 유입되는 모든 종류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공급망 상황을 면밀히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내시경 제조업체인 올림푸스 역시 가격 인상, 비용 절감, 공급망 조정을 통해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회사 관계자는 "관세 인상 때문에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타츠야 이즈미 올림푸스 CFO는 실적 발표에서 "단순히 가격 인상을 전가하는 것을 넘어 공급망 간소화와 같은 다양한 조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푸스는 일본 후쿠시마현 시라카와 공장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내시경을 개발하고 제조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지난 4월부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10%의 보편적 관세에 직면해 왔으며, 오는 7월 초 90일간의 임시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일본산 제품에 대해 24%의 '상호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는 상황이다.
테루모는 7월 9일 일본에 대한 관세율이 10%에서 24%로 인상된다는 가정 하에, 3월 말로 끝나는 회계연도에 170억 엔(약 1,550억 원)의 관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대비하고 있다.
하기모토 CFO는 계약 갱신 시점에 가격 인상이 이루어질 것이며, 그전까지는 회사가 관세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루모와 올림푸스 모두 미국에 수개월 동안 지속될 수 있는 충분한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관세의 영향은 오는 7~9월 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높은 관세를 부과하여 자국 내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대한 의료 시장을 기반으로 메드트로닉, 애보트 래버러토리스, 존슨앤드존슨과 같은 미국 기업들은 전 세계 의료기기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혼다 자동차와 같이 대량 생산에 중점을 둔 제조업체들은 미국 시장을 위해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의료기기 산업은 틈새시장에 특화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므로 다른 국가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이들 일본 의료기기 제조업체들은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인플레이션과 환율 변동을 포함한 외부적인 가격 충격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왔다. 올림푸스는 지난 20년 동안 엔-달러 환율이 75엔에서 161엔 사이를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의 수출을 지속해 왔다.
내시경은 대부분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되며, 생산량이 너무 적어 완전 자동화가 어렵다고 일본 북동부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두 개의 외딴 공장에서 수십 년 동안 내시경을 제조해 온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내시경의 직경 1cm 튜브 안에 광섬유, 흡입 튜브, 센서, 렌즈, 조명, 수술 기구 등 다양한 부품을 정밀하게 장착하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숙련된 기술과 개발 노하우가 필요하다.
현재 일본의 3대 광학 기기 제조업체인 올림푸스, 후지필름, 호야가 내시경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회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용되는 내시경의 약 90%가 올림푸스 제품이다. 1919년 일본에서 현미경 제조를 위해 설립된 올림푸스는 광학 장비 제조업체로 발전했지만, 최근에는 잘 알려진 카메라 브랜드를 포함하여 의료 분야 이외의 대부분의 사업을 매각하며 의료기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테루모는 카테터와 같은 의료 기구가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는 일본 공장에서 심장, 뇌 및 기타 부위의 표적에 도달하도록 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인 가이드와이어에 집중하여 시장 지배적인 위치를 구축했다. 특히 요골 동맥 접근 및 시술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덜 침습적인 유형의 가이드와이어 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기모토 테루모 CFO는 "우리는 가이드와이어가 마찰 없이 혈관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독보적인 코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또한 금속 필라멘트를 카테터 튜브에 정밀하게 꼬는 마이크로 가공 기술도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테루모에 따르면, 미국 매출의 60%는 미국과 코스타리카를 포함한 미주 지역 공장에서 생산되며,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에서 수출된다. 하기모토 CFO는 "관세율이 0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이전할 수는 없다"며 균형 잡힌 생산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