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이하 현지시각) 글로벌 이민컨설팅 기업 헨리앤파트너스가 공개한 ‘2025 미국 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백만장자의 37%인 600만명이 넘는 고액자산가를 보유하면서도 다른 국가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획득하려는 투자이민 문의가 가장 많은 나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바실 모어엘제키 북미지역 대표는 “미국은 전 세계 유동자산의 34%를 차지하며 자산 축적에선 여전히 독보적인 위치”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럼에도 자산가들의 탈출 수요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헨리앤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재 미국인들의 투자이민 문의는 전 분기 대비 39%, 전년 동기 대비 183% 급증했다. 올해 전체 투자이민 신청 중 미국 국적자는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해 튀르키예·인도·영국 등 그 다음으로 많은 5개 국적 신청자 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이같은 현상은 단순한 경제적 이유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미국 내 고액자산가들이 투자이민을 ‘플랜 B’로 간주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 분산, 자녀 교육, 대체 의료 접근성, 유산 상속 등 복합적인 이유로 제2 시민권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자산가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투자이민 목적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가 지난 1990년 도입한 EB-5 투자이민 프로그램은 그간 550억 달러(약 74조5300억원)를 유치해 약 1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가 2019년 대비 325% 증가했으며 2025년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7%, 전 분기 대비 168% 급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제안한 ‘골드카드’ 비자 제도는 기존 EB-5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골드카드는 500만 달러(약 67억7500만원) 이상을 투자한 고액자산가에게 거주권 및 시민권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약 200만명의 초고액 투자자를 겨냥하고 있다.
헨리앤파트너스는 “미국은 자산가 이주 흐름에서 가장 강력한 유입국이자 동시에 최대의 유출국”이라며 “이러한 이중적인 흐름은 미국이 여전히 전 세계 부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