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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필리핀 바탄섬에 '네메시스' 대함미사일 시스템 배치...중국 해군 견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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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필리핀 바탄섬에 '네메시스' 대함미사일 시스템 배치...중국 해군 견제 본격화

사거리 180km 미사일로 남중국해 전략 요충지 통제 강화

미 해병대원들이 네메시스 체계를 탑재한 무인 발사차량 앞에 서 있다. 사진=아시안밀리터리리뷰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병대원들이 네메시스 체계를 탑재한 무인 발사차량 앞에 서 있다. 사진=아시안밀리터리리뷰

태평양에서 빠르게 커지는 중국의 해군력 억지를 위해 미군이 새로운 대응 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원격 조종 대함 미사일을 중국 코앞의 남중국해 섬들에 배치해 중국 해군을 견제하는 전략이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5(현지 시각) 미국 해병대가 필리핀 바탄섬에 신형 대함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이 미 사일은 '해군-해병대 원정함 차단 시스템(Navy Marine Expeditionary Ship Interdiction System·네메시스)'이다. 네메시스는 원격조종 트럭에 탑재한 대함 미사일 발사체계로 노르웨이 방산업체 콩스버그의 해군타격미사일(NSM)을 장착하고 있다.

대만에서 남쪽으로 190km 떨어진 바탄섬은 남중국해와 태평양을 잇는 전략 요충지다. 바탄섬에 배치된 이 미사일은 180km 떨어진 대만해협은 물론, 중국 항만에 있는 군함을 타격할 수 있다.
미군이 네메시스 체계를 배치한 바탄섬의 위치(붉은 화살표). 필리핀 루손섬과 대만 중간쯤에 있다. 사진=TWZ(더워존) 캡쳐이미지 확대보기
미군이 네메시스 체계를 배치한 바탄섬의 위치(붉은 화살표). 필리핀 루손섬과 대만 중간쯤에 있다. 사진=TWZ(더워존) 캡쳐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랫동안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력과 막강한 미사일 무기고를 구축해 적대 세력의 태평양 진출을 막아왔다. 이에 맞서 미군은 자연스런 병목 지점을 활용해 중국 군함의 접근 비용을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 중국 해군력 확장에 맞선 미군의 새로운 대응책


네메시스는 남중국해 주변의 외딴 섬들에 소규모 해병 대원과 함께 KC-130J 수송기로 공수해 적 함선을 타격하는 무기체계다. 네메시스가 발사하는 NSM은 GPS·관성항법·지형확인(TERCOM) 유도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면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움직이는 표적을 추적해 명중시킬 수 있다.이 미사일은 육상의 고정 표적이든 해상의 이동 표적이든 추적,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미사일을 운반하는 차량은 무인으로 운용하며, 조작자들은 두 대의 지원 차량에서 먼 거리 작전을 수행한다. 따라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동해 생존력을 높이는 '슛앤스쿳(shoot and scoot)' 작전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유사시 수송기로 공수해 중국군 함정을 대함 미사일로 타격한 뒤 다른 섬으로 이동배치할 수 있는 유연성이 큰 체계다.

지난달 바탄섬에 시스템을 배치한 하와이 주둔 해병 연대 사령관 존 리한 대령은 "일단 땅에 놓으면 그대로 있다. 움직일 수도 있고 찾기도 어렵다"면서 "태평양의 전략 섬에 네메시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대국이 판단하기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미 해병대의 네메시스 체계. 무인 발사차량에는 노르웨이방산업체 콩스버그의 사거리 180km 해군타격미사일(NSM)  두 발이 탑재된다. 사진=미해병대이미지 확대보기
미 해병대의 네메시스 체계. 무인 발사차량에는 노르웨이방산업체 콩스버그의 사거리 180km 해군타격미사일(NSM) 두 발이 탑재된다. 사진=미해병대


리한 대령은 네메시스의 대함 능력이 M142 고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하이마스) 등 다른 지상 기반 미사일 시스템보다 우위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하이마스는 우크라이나 전장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됐으나 바다에서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

필리핀 해군의 전 부사령관이자 현재 마닐라 아테네오 행정대학원 수석 연구원인 롬멜 옹은 서태평양 섬들에 배치한 네메시스를 '조개껍데기 숨기기 게임'에 비유했다. 이는 어느 껍데기 아래 구슬이 숨어있는지 맞히는 놀이처럼, 어느 섬에 미사일이 배치됐는지 상대방이 알 수 없게 만드는 전략을 뜻한다. 옹 연구원은 "상대방이 추측하게 하면 불확실성이 생기고, 이는 억제 효과를 낳는다"고 분석했다.

◇ 필리핀과의 군사협력 확대로 대중 견제망 구축


미국의 가장 오래된 아시아 조약 동맹국인 필리핀은 이러한 새로운 전략의 핵심축이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정부는 미군에 더 많은 기지를 제공했으며, 이를 통해 미군은 시설을 짓고 장비를 미리 배치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필리핀에 상주군을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시 미국은 무기를 작고 접근하기 어려운 섬으로 공수해야 한다. 대규모 훈련으로 일부 미군은 이제 연중 대부분 필리핀 기지를 순환 배치하게 됐다.

이는 필리핀군과의 공조를 향상할 뿐만 아니라 해병대와 공군 조종사들이 태평양 전역의 지형에 더욱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한다. 연습 비행과 정찰 임무에서 그들은 엄호물로 활용할 수 있는 산맥과 다른 지형을 살핀다.

네메시스를 바탄으로 이동시킨 제39공수비행대의 벤자민 도르지 대위는 "우리는 아주 낮고 고도로 내려가서 숨어 있다"고 말했다.

리한 대령의 제3해병연대는 지난해 말 네메시스를 도입한 첫 해병 부대다. 이 시스템은 해병대의 민첩성을 강화하고 분쟁이 생긴 뒤에도 즉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광범위한 해병대 개편의 핵심이다.

한편 리한 대령은 네메시스의 성공적인 배치가 잠재적인 적에게 해병대의 섬 전투부대가 전투에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 부대를 실험 부대로 인식하고 있는데, 사실 전혀 실험 부대가 아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3해병연대가 있는 곳에는 네메시스도 함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