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후 중앙은행 금 매입 5배 증가
골드만삭스, 2025년 말 금값 온스당 3700달러 전망
골드만삭스, 2025년 말 금값 온스당 3700달러 전망

골드만삭스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뒤를 이은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자산 동결은 중앙은행들이 금을 보는 방식에 "전환점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침공이 시작된 이래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5배 증가했으며, 정부 수요는 앞으로도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금 가격에 "지속적인 상승"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애틀랜틱 카운슬 경제 전략 이니셔티브의 킴벌리 도노번과 마이아 니콜라제가 이달 초 기고한 글에 따르면, 각국은 달러 표시 금융시스템을 우회하는 금 기반 디지털 자산과 거래 시스템을 만드는 실험을 점점 더 많이 하고 있다.
그는 "많은 경우 이러한 계획은 순전히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금은 미국의 적대국들이 제재를 회피하거나 미국의 국가 안보 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자금을 조달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세계 중앙은행들의 평균 금 보유 비중은 약 20%지만,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선진국 시장과 신흥시장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선진국 시장은 금 보유량이 더 많은 경향이 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국가 통화 공급이 상품과 연계됐던 금본위제 시대의 유산으로 분석된다.
미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 중앙은행은 2025년 1분기 기준 보유고의 70% 이상을 금으로 갖고 있다. 반면 중국은 금 보유고의 약 5%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신흥시장 중앙은행 보유량에서 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금 보유량은 약 6%에 이른다.
골드만삭스는 세계 평균 약 20%를 대형 신흥 중앙은행의 그럴듯한 중기 목표로 보고 있어, 향후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 시장 전망도 낙관적이다. UBS의 귀금속 전략가 조니 테베스는 5월 15일 "상승 시나리오"에서 올해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35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UBS는 금 랠리가 내년까지 이어지며 향후 더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테베스는 "관세 불확실성 고조, 성장 둔화,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되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환경에서 금 할당량 추가에 대한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설득력이 높아졌다"면서 "글로벌 무역·경제와 지정학적 관계가 변화할 수 있는 현재의 배경은 금과 같은 더 안전한 피난처로 다각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의 "새로운 욕구"와 중앙은행의 장기적인 구조적 수요 변화로 인해 금이 2025년 말까지 트로이온스당 37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상장지수펀드(ETF)도 금 랠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5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 ETF 실물 보유량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정점 대비 여전히 18~20%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투자자들이 하반기 거시 시장 상황을 평가하면서 금 매수에 "재참여"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전망은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장기적 추세임을 보여준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와 달러 패권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과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맞물려 금 가격의 상승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