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항소 절차가 즉각 개시되자 시장은 다시 정책 불확실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S&P500 E-미니 선물은 1.5% 상승했고 미국 달러화는 유로, 엔, 스위스프랑 등 주요 안전자산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관세 중단 결정이 알려진 직후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를 확대했으며 채권 수익률도 반등했다.
캐피털닷컴의 카일 로다 수석 시장분석가는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긴급 권한으로 집행한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면서 “시장이 원하던 결과가 일시적으로 실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분간 제도적 긴장감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TD증권의 프라샨트 뉴나 아시아·태평양 금리전략가는 “관세 부과가 일시 정지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소 완화돼 채권 수익률이 상승했다”면서도 “이 같은 중단은 임시적 조치일 뿐이며 항소 절차가 시작된 만큼 투자와 고용에 대한 결정은 계속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외환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OCBC의 프란시스 청 외환·금리 전략팀장은 “이번 판결은 달러 강세 흐름에 추가 동력을 제공할 수 있는 재료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무역 정책 방향이 여전히 유동적이기 때문에 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잡기엔 이르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일본 등 수출 중심국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뉴버거 버먼의 오카무라 케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판결은 자동차와 반도체 등 산업별 관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일본 기업들에는 중립적인 이슈”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은 수년에 걸쳐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이런 ‘스톱 앤 고’식의 정책은 혼란만 가중한다”고 비판했다.
시장은 이번 판결로 인한 반사이익을 일부 선반영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향후 법원 판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시티인덱스의 맷 심슨 수석 시장분석가는 “이번 소식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잠시 속도를 늦춘 것에 불과하다”면서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한 경제 불확실성은 시장에 계속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판결에 즉각 항소했으며 사건은 대법원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행정부가 법원 판결을 무시할 경우 미국 내 제도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