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현지시각) 뉴스위크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호텔 검색 사이트 트리바고(Trivago)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에 연이어 고율의 수입세를 부과한 이후, 일본·캐나다·멕시코 여행객의 미국 방문 예약이 두 자릿수 비율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독일 여행객의 예약도 한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트리바고 최고경영자(CEO) 요하네스 토마스는 “불확실성이 클 때 사람들은 집 가까이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 자동차와 부품,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품목에도 25%의 세금을 물리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사실상 대부분의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일본, 독일 등 미국의 핵심 무역 상대국들 역시 관세 영향을 받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관광산업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의회(WTTC)는 이달 초 미국의 연간 관광객 소비액이 2024년 1810억 달러(약 247조7800억원)에서 올해 1690억 달러(약 231조4400억원)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단체는 ‘국제 여행자 신뢰도’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의 강화된 출입국 심사와 이민 정책도 관광객의 발길을 막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자국민에게 미국 여행 주의보를 발령했으며, 가디언은 최근 라호야 해변(캘리포니아주) 인근에서 ‘관광객은 집으로 돌아가라(Go Home Tourists)’는 낙서가 발견되는 등 반외국인 정서가 심화됐다고 보도했다.
항공업계도 이같은 흐름을 실감하고 있다. 프랑스-네덜란드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과 독일 루프트한자는 올해 유럽발 미국행 항공 수요가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5~6월 유럽발 미주행 항공권 예약은 전년 대비 2.4% 줄어든 반면, 미국발 유럽행 예약은 2.1%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영국 여행객의 미국행 예약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았다. 영국은 이달 초 미국과 첫 양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로, 다른 국가들보다 관세 충격이 덜한 상황이다.
미국 관광산업은 연간 2조6000억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이번 ‘트럼프발 여행 위축’이 지속될 경우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연방정부 산하 국가여행관광청(NTTO)은 지난달 해외 관광객의 미국 방문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편 트리바고 측은 미국 내 여행객 역시 소비를 줄이고 있으며, 저가 호텔이나 등급이 낮은 숙소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