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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중국發 관세 사기 단속 '속수무책'...환적이 대표적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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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중국發 관세 사기 단속 '속수무책'...환적이 대표적 수단

고율 관세 피하려고 관세 사기·회피·피싱 사례 급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관세 사기 등 무역 관련 범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항 컨테이너 모습. 사진=A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관세 사기 등 무역 관련 범죄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항 컨테이너 모습.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글로벌 관세 전쟁을 시작한 이후 관세 사기, 포탈(逋脫), 피싱 등 무역 관련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몇 달 동안 관세를 올림에 따라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관세 회피 수단을 알려주겠다는 이상한 유혹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미 정부가 아직 이런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역사적으로 관세 사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관세를 올리자 관세 사기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모든 나라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등에 품목별 관세 25%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운송회사들이 의류, 자동차 부품, 보석 등을 수입하는 미국 업체에 접근해 관세를 내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접근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이메일·틱톡·영상 등을 이용해 미국 수입업체를 유혹하는 사기 행위가 확산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합법적인 수단으로 관세를 대폭 낮추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수법이 관세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미국 정부에 제출하는 정보를 변경함으로써 관세를 회피하거나 낮은 관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이들 기업은 제안한다.
환적(換積·trans-shipment)이 그 대표적인 수단이다. 환적은 선박에 실린 화물을 목적지로 바로 보내지 않고, 특정 국가의 항구에서 다른 선박에 옮겨 싣는 것이다. 환적 부정은 환적항을 마치 원산지인 것처럼 속이는 것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관세 전쟁을 본격화함에 따라 지난 4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21%가 감소했다. 그러나 중국의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은 그 정도 비율로 증가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환적을 위해 수출품을 동남아로 보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NYT가 지적했다.

멕시코도 중국의 중요한 대미 수출 우회 통로다. 데이터 분석 기업 엑시거(Exiger) 보고서를 보면 멕시코에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3000여 개 기업이 있고, 이들 기업이 상품 공급망의 75%가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거나 국가가 운영하면서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고 이 업체가 강조했다.

미국이 여러 나라에 다른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기에 관세율이 낮은 국가에서 환적 부정을 하면 관세를 낮출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 회피 등을 차단하려고 이번 달부터 관세 사기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또 베트남·멕시코·말레이시아 등과의 관세 협상에서 관세 사기를 막는 데 협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 부정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어 이들 정부가 이를 차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미국 기업들이 강조했다.

미 정부는 관세 사기로 연간 수십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잃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추정했다. 특히 관세를 성실하게 신고하고 납부한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우려해 깊은 좌절감에 빠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의 관세 전쟁 휴전에 합의하기 전까지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14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관세를 부담하기 어려운 미국 수입업체 등을 대상으로 관세 회피 유혹 사례가 급증했다. 미국의 일부 수입업체는 중국에서 수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미·중 양국이 상대국에 부과한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합의한 지난 12일 이후 첫 주간 중국발 미주 노선 컨테이너 예약은 229만 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직전 주(91만 TEU) 대비 두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화학물질 공급업체들과 포장용품 업체 중 일부 미국 중소기업들에 'DPP 조건'으로 물건을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있다. DPP 조건은 '관세 지급 반입인도조건(delivery duties paid)'의 약어로, 판매자가 운송비·세금·관세 등 모든 비용을 부담해 구매자가 지정한 장소까지 상품을 인도하는 조건이다. 이것은 불법은 아니지만 중국 기업들이 통관 서류에 가격을 실제보다 낮춰서 기재하거나 품목 설명을 실제와 달리하는 수법으로, 정상적으로 납부해야 할 관세보다 훨씬 적은 액수만 내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미국 기업 혹은 미국에 법인을 둔 외국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고 ‘퍼스트 세일 룰’이라는 조항을 이용하고 있다고 CNBC가 전날 보도했다. 미국에서 제품을 수입할 때 중간 유통 거래 가격이 아니라 생산업체가 최초로 매긴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게 이 규정이다. CNBC는 명품 또는 일부 테크 기업들이 해당 조항을 활용해 관세를 대폭 절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는 일반적으로 수입업자가 실제로 지급하거나 지급할 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그러나 ‘퍼스트 세일 룰’을 적용하면 수입 이전에 발생한 첫 번째 거래 가격을 관세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