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같은 조치는 하버드대에 대한 연방 차원의 금전적 지원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으로 계약 규모는 약 1억 달러(약 13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에 따르면 전날 미 연방조달청(GSA)은 각 연방기관에 보낸 서한에서 “하버드대와의 잔여 계약을 해지하고 향후 해당 대학을 대신할 다른 공급업체를 찾을 것”을 지시했다.
서한은 조시 그루엔바움 연방조달청 산하 연방조달서비스국장이 서명한 것으로 각 기관은 다음달 6일까지 계약 해지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국가안보부, 보건복지부 등 최소 9개 부처와 체결한 계약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커피 섭취 효과를 연구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4만9858달러(약 6830만원) 규모 계약, 고위 간부 훈련을 위한 국토안보부의 2만5800달러(약 3540만원) 규모 계약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업무 중단 명령’을 받은 상태다.
업무 중단 명령이란 연방정부가 특정 계약과 관련해 이미 진행 중인 작업이나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도록 명령하는 행정 조치로 계약 자체를 완전히 해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와의 관계를 단절하려는 일환으로 지난달부터 32억 달러(약 4조3840억원)에 달하는 하버드대의 각종 연방 지원금을 동결한 데 이은 것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의 유학생 등록 자격을 정지하려 시도해 왔으며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연방법원에 두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첫 번째 소송은 동결된 32억 달러 규모 연방 자금의 복원을 요구했고 두 번째는 국제학생 등록 권한 회복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의 앨리슨 버로스 판사는 지난주 임시 명령을 통해 하버드대의 국제학생 등록을 일시적으로 재허용한 상태이며 연장 여부는 오는 29일 열릴 심리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캠페인에서도 하버드를 비롯한 이른바 ‘엘리트 대학들’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소굴”이라고 비판하며 대학 기금 운용 수익에 대한 세금을 대폭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로 미 하원은 이달 초, 대학 기금에 연 8억5000만 달러(약 1조1645억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현재 상원 심의가 진행 중이다. 하버드대의 기금은 약 530억 달러(약 72조6100억원)에 이른다.
행정부는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하버드대의 ‘차별 금지 및 국가적 가치 준수 부족’을 지적했다. 서한은 특히 2023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도중 유대인 학생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사회봉사 명령으로 형사 처벌을 면한 로스쿨 학생에게 하버드로리뷰가 펠로십을 수여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또 서한은 하버드대가 미국 연방대법원의 2023년 판결에도 입학 과정에서 인종을 기준으로 삼는 ‘차별적 요소’를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흑인 신입생 비율이 2023년 18%에서 2024년 14%로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로스쿨 흑인 신입생 비율은 3.4%로, 196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한은 하버드대가 성적보다 인종을 우선시해 입학시켰기 때문에 기초 수학 보충 수업을 신설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대는 이번 조치가 표현의 자유와 자율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앨런 가버 총장은 성명에서 “불법적이고 부당한 조치”라며 “수천명의 학생과 학자들의 미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미국에 유학을 온 전 세계의 인재들에게 심각한 경고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