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는 물론 한화, 모토로라, 보쉬 등에도 적용…글로벌 감시 장비 업계 강하게 반발

인도 정부가 중국산 감시 장비의 보안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CCTV 장비 제조업체들에 소스코드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면서 글로벌 감시 장비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지난달 9일부터 모든 인터넷 연결형 CCTV 장비에 대해 사전 보안 평가를 의무화하는 새로운 규정을 시행했다. 이 규정은 중국의 하이크비전, 다화, 샤오미는 물론 한국의 한화, 미국의 모토로라, 독일의 보쉬, 영국의 노르덴커뮤니케이션 등 해외 제조업체를 포함한 모든 업체에 적용된다.
인도 정보기술부는 지난달 3일 외국 및 자국 CCTV 제조사 17곳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규정 유예 요청을 일축하며 "이 정책은 실제 안보 위협을 다루고 있으며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중국의 첨단 감시 기술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 정부 관계자는 "중국도 우려 대상 중 하나"라며 "장비 내부에 어떤 부품이 사용됐고 어떤 통신 칩이 들어갔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2021년 당시 라비 샹카르 프라사드 인도 정보기술 차관은 의회에서 “정부기관 내 설치된 100만대의 CCTV 중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해외 서버로 영상 데이터가 전송되는 취약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해당 정책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산업 전반의 공급망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 남아시아 담당 한화 이사 아제이 두베이는 지난달 9일 정보기술부에 보낸 이메일에서 “수백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시장 전반에 충격파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대만 기반 비보텍의 인도법인장인 산지브 굴라티는 “현재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가 중단될 상황”이라며 “신속한 승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이메일, 회의록, 복수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인해 전체 약 6000개 CCTV 모델 가운데 극히 일부만 인도 정부의 보안 평가를 통과했다.
특히, 인도와 국경을 맞댄 중국 기업에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정황도 드러났다. 샤오미는 지난달 24일 정보기술부 산하 평가기관에 보낸 이메일에서 “두 개의 중국 내 협력업체 등록 정보를 추가 제출하라는 내부 지침을 받았다”며 “이는 국경을 공유하는 국가 기업에 적용되는 조건이라고 들었다”고 밝혔다.
인도는 지난해 6월부터 공공부문에 납품되는 CCTV에 대해 보안 테스트를 의무화했고 이번에는 민간용을 포함한 전체 장비로 확대했다. 보안 테스트 요건에는 암호화, 악성코드 탐지, 소스코드 점검, 공장 실사까지 포함돼 있다.
시험기관인 인도 표준시험인증국(STQC)은 현재 15개의 시험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 번에 28건의 신청서만 처리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28일 기준 총 342건의 인증 신청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35건만 시험을 완료했으며 외국 업체의 승인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바룬 굽타 애널리스트는 인도 내 CCTV 시장이 지난해 35억달러(약 4조7600억원) 규모에서 2030년까지 70억달러(약 9조5200억원)로 두 배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중 중국 하이크비전과 다화가 30%를 차지하며 인도 토종 브랜드 CP플러스는 48%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굽타는 “전체 CCTV 부품의 80%가 중국산”이라며 “테스트 지연으로 인프라 구축 사업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