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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판결 나도 혼란 여전"…美 기업들, 트럼프 관세 정책 혼선에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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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판결 나도 혼란 여전"…美 기업들, 트럼프 관세 정책 혼선에 '멘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신의 행정명령 서명을 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신의 행정명령 서명을 내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부과된 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했지만 항소심에서 곧바로 효력이 정지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에 기업들은 “이젠 포기 상태”라며 한목소리로 불만을 터뜨렸다.

30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긴급권한법을 근거로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가 불법이라고 지난 28일 판결했다. 관세 중단까지 1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졌지만 몇 시간 만에 상급심인 연방순회항소법원이 효력을 정지시키며 사실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이같은 엎치락뒤치락에 미국 내 수입기업들은 당장 손익계산도 하지 못한 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의류업체 와일드팡의 엠마 맥일로이 대표는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려던 계획도 멈췄다”며 “어제까지만 해도 확신이 있었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수입 통관 대행 업체 클리어릿의 공동창업자 아담 루이스는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에서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아 관세를 계속 부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트럼프표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태양광 장비를 생산하는 캐나다 업체 클리어블루 테크놀로지스의 미리엄 투르크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어떤 가격에 물건을 들여올지 모르는 상황이라 고객들에게 ‘일단 지금 가격에 팔고 나중에 관세가 줄면 일부 환급하겠다’고 했다”며 “계산이 안 되니 그냥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체 E.L.F. 뷰티는 관세 때문에 오는 8월부터 제품 가격을 1달러 올릴 예정이었지만 판결이 뒤집힐 경우 가격 인상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타랑 아민 CEO는 “관세가 없어진다면 가격 인상 계획도 당연히 철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기업은 아예 관세 변화에 따라 전략을 바꾸는 일을 중단했다. 조명·전자기기를 중국에서 제조하는 로프티의 매트 해셋 CEO는 “매번 정책이 뒤집히는 걸 감당할 수 없어졌다”며 “어차피 다시 관세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 외 생산기지 확보를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유통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소매산업리더협회(RILA)도 기업 회원사들에게 “백악관이 다른 권한을 이용해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RILA의 블레이크 하든 국제통상 담당 부회장은 “관세가 꺼졌다 켜졌다 반복되면서 기업들이 시즌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건축자재업체 트림텍스의 매트 토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캐나다가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출 매출이 10% 감소했다”며 “이번 판결이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라는 인식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관세 환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마저도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경우 불확실성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