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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과 중국 간 희귀광물 수출 합의 ‘좌초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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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과 중국 간 희귀광물 수출 합의 ‘좌초될 위기’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부장(왼쪽부터)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리청강 중국 상무부 부부장(왼쪽부터)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한 무역 휴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희귀광물 수출을 둘러싼 중국의 미온적 대응 때문이다.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이 자동차와 반도체 등에 필수적인 희귀광물 수출 허가를 지연시키면서 미국 측은 중국이 합의를 위반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합의는 지난달 진행된 제네바 회담 막바지에 이뤄졌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 측 협상 대표인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에게 희귀광물 수출 재개를 요구했고 중국은 이에 동의했다. 대신 미국은 90일간 새로운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했다. 이후 양국은 상당수 상호 관세를 중단하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산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WSJ는 복수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이 제네바 합의 이후에도 희귀광물 수출 허가를 ‘지연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국은 우리의 합의를 완전히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그리어 USTR 대표도 “중국이 희귀광물과 관련한 합의를 느릿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CNBC 인터뷰에서 밝혔다.
WSJ는 중국 측이 최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의 인공지능(AI) 반도체인 ‘어센드’ 칩을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고를 내린 점을 문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조치는 지난달 12일 미국이 발표한 것으로 중국은 이를 또 다른 미국의 압박으로 간주해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기존 미국 정책을 재확인한 것일 뿐이라며 중국이 제네바 합의대로 수출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희귀광물 수출 허가를 막고 있으며 WSJ는 이를 사실상 ‘경제전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규정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이미 이 문제로 인해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WSJ는 백악관과 접촉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수출 허가를 계속 지연하면 일부 자동차 공장이 팬데믹 당시처럼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 4월 새로운 수출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희귀광물을 무역 협상에서의 전략 자산으로 간주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협상은 복잡한 사안이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직접 통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들에게 “시 주석과 직접 통화할 계획”이라며 “서로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다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중국 국산 여객기 C919와 관련한 항공기 부품,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등의 수출 통제를 강화했다. C919는 시진핑 주석의 핵심 항공 프로젝트로 꼽힌다.

이에 대해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수출통제 조치를 남용하고 있다”며 “중국은 제네바 고위급 회담에서의 합의를 함께 존중하자고 미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한 새로운 국가안보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 조사가 완료되면 중국산 의약품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고율관세가 다시 추진될 수 있다. 최근 미 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관세 조치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리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양국 간 긴장은 교육 분야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주 중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대거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정치화된 차별 행위”라고 비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치우스’(구실)는 29일 자 논평에서 “미국은 협상 테이블을 떠난 뒤 즉시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며 “무역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