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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표 '빅 뷰티풀 법안'에 회의론 커지는 워싱턴…머스크도 “적자 키운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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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표 '빅 뷰티풀 법안'에 회의론 커지는 워싱턴…머스크도 “적자 키운다” 비판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하원 세입규칙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백악관 예산 협상을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기자들과 마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하원 세입규칙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백악관 예산 협상을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기자들과 마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지출 법안이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공화당 내부는 물론 글로벌 투자자와 일론 머스크까지 반기를 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원 빅 뷰티풀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이라 명명한 세제 개편과 지출 삭감 계획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 연방정부의 부채를 오히려 급증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7년 도입한 대규모 감세 조치의 상당 부분을 영구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수조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관세 수입과 경제 성장으로 인한 세수 증가를 통해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정치권,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미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AEI)의 마이클 스트레인 정책연구국장은 “수조 달러 규모의 지출 삭감 공언은 실현되지 않았고 이 법안은 그것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의회와 행정부의 정책 역량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리는 많은 표가 필요하다. 감세와 지출 삭감을 동시에 밀어붙일 수 없다”고 밝혀 공화당 내부 결속을 위해 일정 부분 타협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법안은 여러 항목에서 감세 조치를 일시적 기한부로 설정해 전체 비용을 낮춰 보이게 구성됐다. 이는 2017년 감세안이 사용한 방식과 동일하다.

문제는 이같은 조치가 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감시기관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는 이 법안이 향후 10년간 최대 5조 달러(약 6950조원)의 연방 부채를 추가로 발생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 측은 반박에 나섰다.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은 “백악관의 전망에 따르면 향후 4년간 평균 3.2%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74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며 관세 수입 증대 효과가 함께 작용하면 재정 적자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국장도 “이 법안이 부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부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는 정반대다.

켄트 스메터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이 법안은 일부 근로자들이 메디케이드 등 복지 수혜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성장 효과를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세금 감면의 대부분이 기존 세금 혜택 유지에 쓰이기 때문에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금리 상승 효과가 오히려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트럼프 행정부에서 신설한 정부효율부의 책임자였던 일론 머스크는 “이 거대한 지출 법안은 정부효율부 팀의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며 적자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미국의 국가부채가 이미 사상 최고치인 36조1000억 달러(약 5경1790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5% 수준으로 2017년 감세안 시행 당시인 2.5%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신규 부채를 발행할 때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제 고문을 지낸 브렌던 듀크도 “지금처럼 고령화로 인해 사회보장제도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감세안까지 만기 도래하면 재정 압박이 폭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원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CBS방송에 출연해 “현재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상원의원만 최소 4명”이라며 “법안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상원 통과는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순간 공화당은 부채 문제의 책임을 떠안게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전방위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정책을 발표하며 “관세 수입만으로도 부채를 갚기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브 장관도 “연간 재정 적자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경제 성장만으로는 적자 축소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예일대 ‘예산랩’의 어니 테데스키 소장은 “앞으로 10년 동안 10조달러 이상의 적자 감축이 필요하지만 이 법안은 전혀 그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겨우 물 위에 뜨는 정도”라고 평가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