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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유학생 비자 철회 방침…英 대학들 “기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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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국 유학생 비자 철회 방침…英 대학들 “기회 잡는다”

5월 29일 하버드대학교 제374회 졸업식에서 환호하는 로스쿨 졸업생들. 사진=EPA/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5월 29일 하버드대학교 제374회 졸업식에서 환호하는 로스쿨 졸업생들. 사진=EPA/연합뉴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영국 대학들이 이탈한 중국 유학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2일(현지시각) CNBC가 보도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유학생을 포함해 미국 내 중국 유학생들의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 내 이민을 억제하려는 조치의 일환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학교가 캠퍼스 내에서 중국 공산당과 협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하버드대의 외국인 유학생 등록을 전격 중단한 바 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의 이러한 강경 조치에 따라,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 대신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고, 영국 대학들은 이를 기회로 보고 있다.
킹스턴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샨카 시바라자 학장은 “이제 영국 고등교육기관들이 타격을 입은 중국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분명 영국 대학들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시바라자 학장은 “세계 고등교육기관들이 더 다양하고 포용적인 인재를 확보해야 하는 시점인데 미국의 이번 정책은 실망스럽고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영국 고등교육통계청(HESA)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영국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수는 14만988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15만4260명 및 2021~2022학년도 15만1700명보다 감소한 수치다.

中 유학생, 영국 유학 지원 8.9% 급증...“미국 대신 영국행 가속”


그렇지만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 프랭크가 영국 대학 지원기관 UCAS의 2025년 1월 기준 신청자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들의 영국 대학 지원은 올해 들어 증가세다. 자료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 지원자는 올해 1월까지 3만1160명으로 전년 동기의 2만8620명 대비 8.9% 증가했다.

시바라자 킹스턴대 학장은 “영국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경쟁하는 중국 유학생들의 주요 유학지 가운데 하나”라며 “영국의 짧은 학위과정, 상대적으로 저렴한 생활비, 그리고 국제적 학위 인지도 등이 유학생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학업 후 취업 비자 제도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영국이 이번 기회를 선점할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비자 발급 조건 강화와 더불어 미국 대학들의 세계 대학 순위 하락도 눈에 띈다. 반면, 상위 100위권 내에서 유럽을 포함한 다른 나라 대학들의 위상은 서서히 강화되고 있다.

런던 베이즈 경영대학원의 안드레 스파이서 학장은 31일 CNBC에 출연해 “영국이 아직까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10~15분 정도만 이동해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비즈니스스쿨 같은 세계 유수의 교육기관들이 밀집해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대학들은 특히 국내 학부생 학비만으로는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학생 등록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시바라자 킹스턴대 학장은 “영국 국내 학생의 등록금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못한 채 수년간 동결된 상태”라며 “고등교육 재정을 지탱하기 위해 영국 대학들이 유학생들의 등록금 수입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 분석에 따르면, 중국 유학생들이 영국 전역 158개 대학에 기여하는 등록금 수입은 연간 약 55억 파운드(약 10조2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로열 칼리지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맨체스터대 등 21개 대학은 전체 수입의 최소 10% 이상을 중국 유학생에게 의존하고 있다.

UCL의 마이클 스펜스 총장은 CNBC에 “유학생들은 영국에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깊은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세계 최고 인재들이 유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