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6일 총리직에 오른 메르츠 총리의 이번 방미는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이다.
NPR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무역 갈등, 방위비 분담 등 양국 간 주요 현안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달 9일로 예정된 미국의 유럽연합(EU)산 제품에 대한 50% 관세 부과를 앞두고 양측 간 통상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이 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주목된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회담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면서도 독일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베르텔스만재단의 캐서린 클뤼버 애시브룩 부회장은 전했다. 그는 “유럽이 미국의 안보망에 의존하면서 경제적으로 이익만 얻는다는 트럼프의 인식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최근까지 정상 간 통화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이번 회담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학자 외른 플렉 애틀랜틱카운슬 유럽센터 국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메르츠는 트럼프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면서도 독일이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국가임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메르츠 총리는 지난 4일 베를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러시아와의 휴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플렉 국장은 “트럼프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직후이기 때문에 메르츠 총리가 우크라이나 지원과 평화 협상 과정에서 유럽의 역할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무역 분야에서는 자동차·철강 등 독일 핵심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미국의 고율 관세가 핵심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독일마셜기금의 페니 나스 전략경쟁력 담당 이사는 “메르츠는 산업 전반에 대한 관세 철폐를 협상하고자 할 것”이라며 “EU가 제안한 '제로 관세 상호 폐지' 방안이 유력한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비 분담 문제도 주요 의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확대할 것을 재차 요구하고 있으며 메르츠 총리는 독일의 재정개혁을 통해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프란치스카 팔마스 유럽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메르츠는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방위비 지출 목표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양국은 유럽 내 미군 주둔, 제재 이행, 정보 공유 문제 등에서 입장 차를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츠 총리는 과거 금융사 블랙록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보수 성향의 이민정책과 경제 회복 공약을 내세워 총리에 오른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