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ICC 판사 4명에 전례없는 제재...네타냐후 체포영장 보복

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 ICC 판사 4명에 전례없는 제재...네타냐후 체포영장 보복

아프간 주둔 미군 전쟁범죄 수사 개시 결정도 겨냥한 '이중 보복'
국제사법기관 독립성 훼손 논란..."법치에 대한 노골적 공격" 비판
이번 제재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사건을 제기하기로 한 과거 결정에 대한 보복이기도 하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이번 제재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사건을 제기하기로 한 과거 결정에 대한 보복이기도 하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가 6일 국제형사재판소(ICC) 판사 4명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과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기로 한 과거 결정에 대한 전례 없는 보복 조치라고 6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간다의 솔로미 발룽기 보사, 페루의 루스 델 카르멘 이바네즈 카란사, 베냉의 레인 애들레이드 소피 알라피니 간수, 슬로베니아의 베티 홀러 등 4명의 ICC 판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ICC 판사로서 이 4명은 미국이나 우리의 가까운 동맹국인 이스라엘을 겨냥한 ICC의 불법적이고 근거 없는 행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왔다"며 "ICC는 정치화되어 있으며, 미국과 동맹국들의 국민을 조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무제한의 재량권을 거짓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제재는 두 가지 주요 사안에 대한 보복 성격을 띠고 있다. 첫째는 지난 11월 ICC가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 하마스 지도자 이브라힘 알 마스리에 대해 가자 분쟁 중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알라피니 간수와 홀러는 네타냐후와 갈란트에 대한 체포영장을 승인하는 판결을 내렸다.
둘째는 2018년부터 ICC 판사로 활동하고 있는 보사와 이바네즈 카란자가 2020년 ICC 검찰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공식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하는 항소심 판결에 관여한 것이다. 다만 2021년부터 법원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에 대한 수사의 우선순위를 낮추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탈레반군이 저지른 범죄 혐의에 초점을 맞췄다.

ICC는 이번 제재를 "상상할 수 없는 잔혹 행위"의 희생자 수백만 명에게 희망과 정의를 제공하는 국제 사법 기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ICC에 대한 적대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인 2020년에도 미국은 파투 벤수다 당시 검사와 그녀의 최고 보좌관 중 한 명에게 아프가니스탄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또한, 이번 조치는 네타냐후 체포영장에 대한 항의 표시로 ICC를 처벌하기로 한 미국 하원의 1월 표결에 이은 것이기도 하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트럼프의 동료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강력한 지지를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인권 운동가들은 이번 제재를 강력히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리즈 이븐슨 국제정의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에서 법치를 약화시키려 하는 동시에 법치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제재는 대상자들의 일상적인 금융 거래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며, 미국과 관련이 있거나 달러로 거래를 수행하는 모든 은행은 제한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재무부는 7월 8일까지 기존 거래를 청산할 수 있는 일반 허가증도 발급했다.

이번 제재는 ICC가 어려운 시기에 처한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달 카림 칸 검사장이 성추행 혐의에 대한 유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임시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ICC는 이미 혼란에 빠져 있었다.

2002년 설립된 ICC는 회원국에서 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회부한 경우 대량학살, 반인도적 범죄, 전쟁범죄를 기소할 수 있는 국제적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이스라엘은 ICC 회원국이 아니다.

현재 ICC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수단, 미얀마, 필리핀,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세간의 이목을 끄는 전쟁범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IC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우크라이나에서 어린이들을 추방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