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크는 지난해 트럼프의 재선 캠페인을 사실상 주도한 최대 후원자였으나 최근에는 트럼프의 핵심 법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상태다.
8일(이하 현지시각) CBS뉴스와 타임 등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미국에서 진짜 중도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됐느냐’고 묻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올렸고 응답자의 약 80%가 찬성 의견을 밝혔다. 6일 현재 560여만명의 X 사용자가 이 조사에 참여했다.
그는 이같은 투표 결과에 대해 “이건 운명이다.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며 “아메리카당(America Party)”이라는 명칭까지 언급했다.
아메리카당이라는 이름은 머스크가 지난 2024년 설립한 정치활동위원회(PAC) ‘아메리카PAC’와도 유사하다. 이 PAC은 트럼프의 재선과 공화당의 의회 장악을 위해 약 2억달러(약 2760억원)를 투입한 조직이다. 머스크는 당시 단일 후원자로는 가장 많은 액수를 지원하며 ‘보이지 않는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추진 중인 감세·지출 확대 법안인 ‘빅 뷰티풀 법안(Big Beautiful Bill)’을 놓고 머스크가 “역겨운 괴물”이라며 정면으로 반대하면서 양측 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머스크는 “트럼프는 앞으로 3년 반 남았지만 나는 40년 넘게 정치에 남을 것”이라며 사실상 정치적 주도권 경쟁을 선언했다.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의 탄핵을 지지하는 글에 “찬성”이라고 답하고 트럼프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건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을 올렸으나 이후 삭제했다. 트럼프 역시 머스크와 관계를 단절했다고 결별을 공식화했다.
머스크는 현재까지도 자신의 X 계정 상단에 제3정당 창당 관련 투표를 고정 게시해두고 있으며 ‘아메리카당’이라는 구체적인 정당 이름을 제시한 점에서 단순한 여론 환기 차원을 넘는 정치 실험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려면 각 주별로 까다로운 등록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정당을 통한 정치자금 운용에는 엄격한 상한이 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