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보팀 등 중동 기업들 차량호출·결제·배달 등 원스톱 서비스 구축

중동 지역 기술 기업들이 중국의 위챗(WeChat) 모델을 벤치마킹해 모든 일상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 '슈퍼 앱'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걸프 지역에서 차량 호출부터 음식 배달, 결제 서비스까지 통합 제공하는 슈퍼앱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글로벌 기술 전문매체 레스트 오브 월드(Rest of World)가 지난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두바이에 본사를 둔 시장조사업체 사피엔스(Sapience)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UAE 거주자의 60% 이상이 여러 앱을 하나의 슈퍼 앱으로 통합해 스마트폰 저장공간을 최적화하려 한다. 이는 구글, 애플, 메타 등이 엄격한 통합 제한으로 별도 앱 생태계를 유지하는 서구 시장과는 대조된다.
이 지역의 슈퍼 앱 폭발은 인공지능에 대한 야망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방문은 데이터센터와 첨단 칩 접근에 대한 주요 거래를 통해 이러한 노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카림(Careem)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 기업이다. 차량호출 서비스로 시작한 카림은 현재 운송, 음식 배달, 식료품 구매, 결제, 집안 청소까지 처리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카림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아디브 와르시(Adeeb Warsi)는 "2017년, 2018년 초에 인접 시장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밝혔다.
카림은 렌터카에서 화물 물류에 이르기까지 서비스 전반에 걸쳐 5천만 명의 고객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1월 우버(Uber)에 인수된 후에도 독립 운영을 유지하며 슈퍼 앱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
◇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디지털 전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팬데믹이 중동 지역의 슈퍼앱 전환을 가속화했다. 봉쇄 조치로 차량 호출 서비스가 급감하자 기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로 공격적 전환에 나섰다.
와르시는 "팬데믹 기간 카림이 음식 배달을 두 배로 늘릴 기회를 포착했다"며 "2020년 중반까지 모든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통합해 통합 디지털 경험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표는 여러 서비스에서 단순하고 원활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메시징 앱 보팀(Botim)도 커뮤니케이션 기능과 함께 해외 송금 및 청구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팀의 모회사인 아스트라 테크(Astra Tech)의 제품 담당 부사장 리샤브 싱(Rishabh Singh)에 따르면 보팀은 지난해 5배의 송금 성장과 4배의 다중 통화 카드 사용 증가를 기록했다. 싱은 "보팀 사용자의 60% 이상이 매월 3개 이상의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싱은 "소비자들은 점점 더 따로 떨어진 일회용 해결책보다 편의성, 원활한 통합, 시간 효율성을 우선으로 한다"며 "이것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즉 시간을 되돌려 주고 개인, 직업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말했다.
음식 배달 업체 탈라밧(Talabat)은 음식 배달을 넘어 식료품, 건강 및 미용, 외식 거래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2022년 출시된 UAE의 고급 슈퍼앱 르 컨시어지(Le Concierge)는 전용 운전기사 서비스부터 주문형 개인 쇼핑까지 부유한 소비자를 겨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데이터 및 인공지능 당국이 도입한 슈퍼앱 타와칼나 2.0은 3천 2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이집트의 얄라(Yalla) 슈퍼앱은 각각 27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두바이 거주 정보기술(IT) 전문가 아니타 수레시(Anitha Suresh)는 "예전에는 음식, 출퇴근, 청구서 결제, 해외 송금 등을 위해 수많은 앱을 오가야 했지만, 이제는 하나의 앱만 사용한다"며 "훨씬 더 간단하다"고 레스트 오브 월드에 말했다.
슈퍼앱 개념은 아시아에서 처음 등장했다. 2011년 시작된 중국의 위챗은 메시징 플랫폼에서 결제, 의료 예약에 이르기까지 10억 명 이상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생태계로 발전했다. 동남아시아의 그랩(Grab)과 고젝(Gojek)도 비슷한 궤적을 따랐고, 라틴 아메리카의 라피(Rappi)도 비슷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르 컨시어지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 칼판 알다헤리(Khalfan Aldhaheri)는 "UAE는 높은 디지털 채택률, 정부 주도 기술 계획, 편의성과 품질을 중심으로 구축된 생활문화를 통해 혁신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시아의 고젝 같은 슈퍼앱이 일회용 도구에서 성장한 것과 달리 UAE 시장은 처음부터 여러 생활 서비스를 통합하는 총체적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의 슈퍼앱 성공 여부는 서비스 도입을 위한 규제 규범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충족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와르시는 "이 지역, 각 국가는 자체 규제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때로는 크게 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다헤리는 "이것은 도전이 아니라 공유되고 포용하는 디지털 미래에 대한 기여로서 전세계 기술 시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