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 반대에도 주 방위군 2000명 배치..."폭력 계속되면 현역 해병대 파견"

트럼프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반대했는데도 수백 명의 주 방위군을 로스앤젤레스에 투입했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 8일 트럼프 행정부에 주 방위군 배치 명령을 당장 철회하라고 공식 요청하며, 이는 불법이고 대통령이 "주권을 심하게 침해했다"고 비난했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시위 상황이 더 나빠지면 현역 해병대원을 캘리포니아로 보낼 준비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미 북부사령부는 약 500명의 해병대원이 명령만 내려지면 바로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헤그세스에게 최소 2000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지난 8일 여러 집회를 "불법 집회"라고 선언하며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게 콘크리트 조각과 병, 다른 물건들을 던졌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101번 고속도로를 막아서기도 했고, 일부 자율주행차가 불에 타는 일도 벌어졌다.
◇ 1807년 반란진압법 발동은 보류
트럼프 대통령은 추방 명령을 둘러싼 충돌 뒤 캘리포니아 주가 승인하지 않았는데도 주 방위군을 보냈다. 대통령은 반란을 막으려고 군대를 투입할 수 있게 하는 거의 쓰이지 않는 법률을 들어 캘리포니아와 긴장을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1807년 반란진압법을 발동하지는 않았다. 지난 8일 기자들에게 반란진압법 발동을 생각하고 있는지 묻자 "반란이 일어나는지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대신 트럼프의 선언문에 따르면 주 방위군은 법 집행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을 집행하는 이민세관단속청(ICE) 요원들을 지키는 지원 역할을 한다고 명시했다. ICE는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으로 불법 체류자 단속과 추방 업무를 담당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모든 곳에 군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캘리포니아에 해병대를 보낼 것인지 묻자 "법과 질서를 세우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보낼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법 집행 기관이나 군인에게 침을 뱉는 시위대를 때리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주 방위군을 배치한 까닭을 자세히 설명하는 각서에서, 시위가 행정부의 추방 수행 능력을 방해한다면 "미국 정부 권한에 맞서는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2020년과 달라진 접근
2020년 전국에서 시위가 일어났을 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장관이었던 마크 에스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에스퍼 장관은 "법 집행 역할에 현역 병력을 투입하는 선택은 최후 수단으로만, 가장 급하고 끔찍한 상황에서만 써야 한다"라고 말하며 조지 플로이드 살해에 항의하는 시위에 맞서 군대를 배치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공개로 뒤집었다.
5년 뒤, 트럼프의 두 번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그런 걱정을 전혀 하지 않는 듯하다. 헤그세스는 지난 7일 엑스(옛 트위터)에 캠프 펜들턴에 있는 해병대가 "높은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거의 5개월이 다 되어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강경한 대통령 정책에 대체로 공감하는 고위 보좌관과 내각 관계자들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 그의 팀은 임기 첫 4년 동안 그의 계획에 여러 차례 걸림돌을 놓았지만, 이번에 그가 모은 충성파들은 그의 우선순위를 실행하고, 때로는 확장할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행정부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잘 아는 다른 인사들이 전했다.
첫 시위는 지난 6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됐는데, 주민들이 연방 요원들이 이민법 집행 작전으로 보이는 작전에 나서자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트리샤 맥러플린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약 800명의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의 연방 법 집행 기관 건물을 에워싸고 침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대가 ICE 요원들을 폭행하고, 공공건물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12명이 넘는 시위대가 잡혔다.
국토안보부는 이번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ICE 작전으로 118명이 잡혔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ICE가 이번 주 하루에 2000명의 외국인을 잡았고 이런 폭력 활동가들이 집행 작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1992년과 다른 상황
연방 정부 권한에 따라 현역 군인을 시민 불안에 맞서 배치하는 것은 드문 조치로, 일반적으로 대통령이 반란진압법에 따라 법을 집행하거나 질서를 되찾으려고 군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야 한다.
조지 H.W. 부시 행정부는 1992년 로드니 킹 구타 사건과 관련된 경찰관 4명의 무죄 판결 뒤 캘리포니아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자 질서를 되찾으려고 미 해병대를 투입했다. 이는 반란진압법의 마지막 발동이었는데, 당시 해병대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투입됐다. 이후 관련 부대 중 일부는 비슷한 임무를 다시 수행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셀마에서 몽고메리로 이어진 민권 행진을 지키려고 앨라배마에 연방군을 보낸 이후 주지사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배치한 첫 번째 대통령이다.
뉴섬 주지사는 현역 해병대 병력을 투입하는 것은 "정신 나간 행동"이라고 맞았다.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주방위군 배치는 해당 지역의 추방 작전 뒤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오랜 적수인 뉴섬과 충돌하게 됐다. 뉴섬은 미국에서 가장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주를 이끌며, 2028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오랫동안 캘리포니아를 자신들의 의제에 반대하는 곳으로 여겨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