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대선 후보 출신 앤드루 양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제3정당 창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면 대립 속에 소셜미디어 X에서 새로운 정당 창당 가능성을 묻는 여론조사를 벌인 직후였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양이 머스크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고 양 측과 친분 있는 인사들도 양측의 연결을 추진 중이라고 9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양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직 머스크의 응답은 없지만 그가 매우 바쁠 것이라 생각한다”며 “미국에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다. 하루 이틀 더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양은 민주당 경선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유력 정치인으로 이후 '포워드당(Forward Party)'을 창당해 미국 양당 체제를 비판해 왔다. 그는 머스크가 과거 자신의 대선 캠페인을 지지한 점을 언급하며 “머스크는 이미 수차례 아이디어만으로 세계적 기업을 일군 인물이고 지금은 대다수 미국인이 새로운 정치적 접근을 갈망하고 있다”며 “그런 흐름이 결집되면 제3당이 빠르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은 이어 “미국의 정당 체제는 점점 양극화되고 있으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비효율적 예산 운영과 과도한 관료주의에 빠져 있다”며 “머스크가 느끼는 정치 시스템에 대한 좌절은 많은 미국인의 생각과도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개적 갈등을 겪으면서도 새로운 정당 창당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그가 최근 X에서 실시한 즉석 설문조사에서 500만명 이상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81%가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여론조사 이후 포워드당은 하루 만에 수천명의 신규 팔로워가 유입됐다고 양은 전했다.
양은 포워드당의 핵심 기조로 ‘존엄(dignity), 역동성(dynamism), 민주주의(democracy)’를 제시하면서 “이 같은 가치에 공감한다면 과거 정치적 입장은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포워드당 공동의장으로 공화당 출신 크리스틴 휘트먼 전 뉴저지 주지사와 캐리 힐리 전 매사추세츠 부지사를 영입한 바 있다.
머스크와의 정책적 접점에 대해서는 “AI(인공지능)로 인해 수많은 사무직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머스크 역시 2020년 대선 당시 AI의 영향력을 인정했고, 나의 경제 변화 대응책에 지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양은 머스크의 공공 정책에 대한 일부 논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나는 사람을 말보다 행동으로 판단한다”며 “머스크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누구보다 많은 기여를 해왔고, 이는 매우 존경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양은 머스크의 막대한 자금력과 소셜미디어 영향력을 활용한다면 미국 전역의 지방 선거에서 수천 명의 무소속 후보자를 당선시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는 50만명 이상의 지방 선출직 공직자가 있고 이 중 70%는 사실상 경쟁이 없는 선거”라며 “당장 미시간 주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마이크 더건 디트로이트 시장처럼, 기존 양당 구도에 얽매이지 않는 유능한 인물을 내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양은 머스크를 향해 “정치 기득권은 결코 스스로 미국을 지속 가능한 경로로 이끌지 않을 것이다. 만약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지금이 그 때이며 그 일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했다.
이번 제안은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를 넘어, 구조적 의미를 갖는 도전으로도 해석된다. 무엇보다 머스크라는 유명 기업인과 양이라는 정치인이 손잡을 경우 기존 양당 중심의 정치 질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특히 AI와 자동화로 인한 경제 구조 변화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 양극화된 정치 환경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은 기존 정당이 다루지 못한 미래 의제와 중도 성향 유권자의 불만을 결집할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