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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정부, 불법 판결 받은 관세 유지 위해 법원에 ‘긴급 구제’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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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정부, 불법 판결 받은 관세 유지 위해 법원에 ‘긴급 구제’ 요청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비상권을 이용해 부과한 관세가 법원에서 잇따라 위법 판결을 받은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법정 안팎에서 상반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정부는 공식석상에서는 무역협상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법원에는 대통령의 대외 신뢰도 손상을 막아야 한다며 관세 유지를 호소하고 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달 미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경제권법’을 근거로 설정한 여러 관세에 대해 “무제한적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위법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관세를 철회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미국 정부는 곧바로 항소에 나서며 관세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받아냈다.
트럼프는 이 법을 통해 중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국들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등 다양한 품목에 보복성 관세를 부과해왔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다른 나라들이 ‘상호주의적’ 협상에 응하도록 압박해왔다. 그러나 무역적자나 펜타닐 유입 같은 사안은 국가비상권 발동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며 관세 정책이 법적 위기에 놓였다.

그럼에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이달 초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로 잃은 것은 고작 일주일 정도”라며 “모든 나라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CNBC에 출연해 “해당 판결은 일시적인 문제일 뿐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미국 정부는 항소심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관세가 중단될 경우 민감한 무역협상이 심각한 타격을 입고 미국 경제가 재앙 수준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은 사안이 위헌 소지가 있는 만큼 “필요시 연방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법원에 제출된 증언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동맹국과 적성국 모두 미 법원의 판결을 통해 대통령 권한의 제한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그리어 대표는 “관세 중단은 외교적 재난 시나리오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오리건주를 포함한 20개 주정부와 중소기업 단체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헌법과 무역법을 위반했다며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 대리인인 제프리 슈와브 자유정의센터 소송국장 직무대행은 “정부 측이 언론에서는 ‘우리에겐 대체 권한이 있다’고 말하면서 법원에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건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에 대해 “언론 인터뷰에서의 일부 발언을 과도하게 인용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다른 법적 권한이 있더라도 현재 관세에 대한 즉각적인 대체 수단이 되긴 어렵다”고 항변했다.

트럼프는 다음달부터 미국의 모든 주요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를 다시 전면 시행할 계획이다. 당초 백악관은 ‘90일 안에 90개 협상’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까지는 영국과의 협정 1건만 성사된 상태다.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이날 런던에서 중국 고위 관계자들과 새로운 무역 휴전을 위한 협상에 돌입했으며 지난달 체결된 잠정 합의가 최근 무산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달 “이번 법정 공방은 단지 몇 가지 ‘작은 문제’에 불과하다”고 말했으며 피터 나바로 대통령 무역 고문 역시 “외국 정상들이 전화로 ‘법원 판결이 당신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트닉 장관은 “다른 대통령 권한으로도 관세는 부과할 수 있지만 이같은 법들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적용 범위도 제한적”이라며 법원이 비상경제권을 무력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