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자동차·기술 기업들이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기본 사양으로 제공하며 가격과 기술 양면에서 테슬라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야디는 올해 초부터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갓즈아이(God’s Eye)’를 자사 차량에 무상 탑재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테슬라는 중국에서 ‘완전 자율주행(FSD)’ 옵션을 6만4000위안(약 1150만원) 가까이 받고 판매 중이다. 중국 선전에서 활동 중인 미국계 투자자 테일러 오건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갓즈아이는 테슬라의 전략을 무력화시킨다”며 “내가 경험한 갓즈아이는 테슬라의 FSD보다 훨씬 우수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양상은 비야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의 리오토(리팡), 샤오펑, 리프모터 등도 고속도로와 도심 주행이 가능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2만달러(약 2780만원) 수준의 차량에 탑재하고 있으며 이 기술 개발은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받고 있다.
차량 분해 및 부품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프랑스의 A2MAC1에 따르면 비야디의 중급형 갓즈아이는 엔비디아 칩을 기반으로 카메라 12개, 레이더 5개, 초음파 센서 12개, 라이다 1개를 활용하며 제조 원가는 2105달러(약 292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테슬라의 FSD는 라이다나 레이더 없이 카메라와 AI 칩 2개만으로 구성되며 제조 원가는 약 2360달러(약 327만원)로 오히려 비싸다.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중국의 부품 단가가 유럽이나 미국보다 평균 20~40% 낮기 때문이라고 A2MAC1 측은 분석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격차는 단순한 원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비야디는 지난해 420만대를 판매해 테슬라의 2배 이상을 기록했고 이로 인해 자율주행 시스템에 필요한 주행 데이터를 훨씬 많이 수집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에버코어의 크리스 맥낼리 자동차 담당 연구책임자는 “비야디는 테슬라보다 훨씬 유리한 데이터 학습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갓즈아이 무상 제공은 판매 확대와 AI 학습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테슬라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이달 중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차량 대수는 10~20대 규모에 불과하며 지역도 제한적으로 공개됐다. 자율주행 기술에 모든 것을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서는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중국 내 차량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미국으로 전송해 FSD의 인공지능 학습에 활용하고자 했으나 중국 정부의 데이터 이전 제한 규제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기술 개발 지원,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원가 절감, 그리고 방대한 운행 데이터 축적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화웨이도 자율주행 기술 공급업체로 부상 중이다. 화웨이는 체리, 상하이자동차, 창안차 등 6개 주요 완성차 업체에 기술을 제공하고 있으며 세레스의 전기 SUV ‘아이토 M9’는 화웨이 보조운전 기술을 탑재해 도심 정체 상황에서 스스로 주행하고 주차까지 수행하는 기능을 시연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샤오미 차량의 보조운전 사고를 계기로 ‘스마트’ ‘지능형’ 등 자율주행 관련 마케팅 용어를 단속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는 ‘레벨3’ 이상 기술에 대해 별도의 검증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화웨이와 지커 등은 “기꺼이 검증에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자사 차량에 레벨3 기능을 탑재해 판매하겠다는 계획도 내놓고 있다.
로이터는 자율주행 시장의 판도가 중국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며 테슬라가 과거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중국에 내준 것처럼 자율주행 기술에서도 주도권을 넘겨줄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