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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생산량, 4년 만에 감소세...시추기 수 팬데믹 이후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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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유 생산량, 4년 만에 감소세...시추기 수 팬데믹 이후 최저

정부 기관 "내년 말까지 20만 배럴 줄어들 것" 전망..."트럼프 에너지 우위 정책에 타격"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에 석유 저장 탱크와 원유 파이프라인 장비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주 프리포트에 석유 저장 탱크와 원유 파이프라인 장비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연간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우위' 공약에도 유가 하락과 시추 활동 위축이 석유 산업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0일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현재 사상 최고치인 하루 1350만 배럴에서 내년 말까지 약 1330만 배럴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 이후 4년 만의 첫 연간 감소이자, 하루 20만 배럴 규모의 생산 축소를 뜻한다.

◇ 시추 장비 감소로 생산 활동 위축 가속화


EIA는 이번 생산량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가동 중인 시추 장비 수의 지속적인 감소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업체들이 2026년까지 더 적은 수의 유정을 시추하고 완료할 것으로 예측된다""가동 중인 시추공은 이전 보고서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전 서비스 회사인 베이커 휴즈 자료를 보면, 지난주 미국에서 가동 중인 석유 시추기 수는 442개로 1주일 만에 9개 감소했다. 이는 1년 전보다 50개 줄어든 수치로,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18년부터 2025년까지의 시추기 수 변화를 보면, 2020년 팬데믹 시기 180개까지 급락했다가 2021-2022600개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2023년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가 하락도 생산 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원유 기준가격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화요일 배럴당 64달러 98센트에 거래되며 올해 고점보다 17% 하락했다. 이는 많은 셰일 시추업체들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가격보다 낮다. EIA는 국제 유가가 2026년에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무역정책과 공급과잉 우려로 업계 스트레스 심화


석유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생산비 상승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수입 관세가 석유 부문의 핵심 투입재 비용을 올려 시추업체들의 수익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 카르텔의 공급 증가와 트럼프의 무역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안이 원유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모펀드 회사 퀀텀 캐피털 그룹의 윌 밴로 대표는 지난주 휴스턴에서 열린 에너지 캐피털 컨퍼런스에서 "현 행정부는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일관된 정책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분석기관들은 더욱 가파른 생산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S&P 글로벌 커머디티 인사이츠는 이번 주 "2025년 중반부터 내년 말까지 총 생산량이 하루 64만 배럴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OPEC 회원국의 총 생산량보다 더 큰 감소 규모다.

지난 20년간 급증한 셰일 생산량으로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및 가스 생산국으로 올라섰으나, 현재의 생산 감소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 기간 공약한 '시추 확대''에너지 가격 인하' 목표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