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조금이 낳은 공급과잉 속 출혈 경쟁…딜러 폐업·업체 도산 속출
판매량 부풀리는 '가짜 중고차'까지 등장…美· EU와 무역 갈등도 키워
판매량 부풀리는 '가짜 중고차'까지 등장…美· EU와 무역 갈등도 키워

사건의 중심에는 시장 선두주자인 비야디(BYD)의 과감한 가격 인하 정책이 있다. 비야디는 지난 5월 말, 일부 모델의 가격을 최대 34%까지 내렸다. 대표 소형 해치백 모델인 '시걸'의 가격은 기존 약 1만 달러(약 1369만 원)에서 7700달러(약 1054만 원)까지 떨어졌다.
◇ "남는 게 없다"…수익성 악화에 줄도산 공포
이러한 출혈 경쟁에 업계의 우려는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창청자동차의 웨이젠쥔 회장은 "자동차 산업에 이미 '헝다 같은' 위기가 존재한다"며 "아직 터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비야디를 포함한 주요 전기차 업체의 주가는 최근 몇 주 동안 8% 이상 급락하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JP모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중국 전기차의 평균 할인율은 16.8%로, 지난해의 두 배를 웃돌았다. 그 여파로 50곳이 넘는 중국 전기차 업체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은 비야디, 리오토, 세레스 단 3곳에 불과하다. 자금력이 약한 업체부터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지난해에만 16곳의 전기차 업체가 문을 닫았고, 비야디 차량을 팔던 대형 딜러사조차 20여 곳의 매장을 닫았다.
◇ '제로 마일리지' 편법까지…시장 왜곡 심화
판매량을 부풀리기 위한 편법까지 등장하며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신차를 등록만 하고 실제 운행 없이 중고차로 파는 '제로 마일리지 중고차'가 그 예다. 이러한 방식은 제조사와 딜러가 재고를 털어내고 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함이지만, 소비자에게는 보증기간 단축과 품질 문제 같은 피해를 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인민일보와 상무부까지 나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끝없는 가격 하락은 소비자들의 구매 관망을 부추기는 한편, 중국 경제 전반에 디플레이션 압력을 키우고 있다. 나아가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는 미국·유럽연합(EU)의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조치를 불러오며 국제 무역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