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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글로벌 준비자산 2위로 부상...중앙은행 선호도는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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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글로벌 준비자산 2위로 부상...중앙은행 선호도는 줄어

2024년 기준 달러에 이어 준비자산 비중 19%에 달해
인도 뭄바이의 보석 가게에 금 팔찌가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뭄바이의 보석 가게에 금 팔찌가 전시돼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금이 미국 달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준비자산으로 부상했다고 유럽중앙은행(ECB)이 12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밝혔다.

ECB는 이날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이 1960년대 이후 최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면서 "금값의 상승과 맞물려 준비자산 가치 기준으로 달러에 이어 금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CNBC가 ECB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바에 따르면, 2023년에는 금과 유로가 글로벌 공식 외환 보유고에서 각각 평균 16.5%의 비중을 차지하며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금의 비중은 19%로 상승한 반면, 유로의 비중은 16%로 하락했다. 미국 달러는 47%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유지했다.

ECB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헤지 및 보유 자산 다변화를 위해 외환 및 금과 같은 유동자산을 대거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경제적인 충격이 발생하면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
ECB는 "금은 장기적인 가치 보존 수단이자 시장 변동성 속에서 회복 탄력성을 제공하는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현재 중앙은행이 전 세계 금 수요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대 약 10% 수준에서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ECB는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국제 통화 시스템에서 주요 통화의 역할 약화 및 제재 위험에 대한 우려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들이 금을 더욱 매력적인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값은 최근 몇 년 동안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왔고, 올해에도 신고가를 새로 썼다. 다만 최근에는 미국의 급변하는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시장이 흔들리면서 금값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고 있다.

금에 대한 투자 심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본격적으로 강화됐다. 전쟁으로 급등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기대감이 맞물리며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졌고, 이후로도 지정학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금의 매력이 꾸준히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금값 상승을 이끈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중국의 적극적인 금 매입이다. 인도와 튀르키예의 매수세도 뒤를 이으며 글로벌 금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향후 금의 랠리가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여전히 금값 상승을 지지하는 요인이 남아 있다고 진단한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크 해펠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고객 메모에서 “주식시장의 추가 변동성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유지하고 금과 헤지펀드에 충분히 노출돼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앙은행들의 금 보유 규모가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마드 후세인 캐피털이코노믹스 기후·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중앙은행들이 금의 랠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앞으로도 매입을 이어가겠지만, 과거 몇 년보다는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세계금협회(WGC)와 ING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전 분기 대비 33% 감소했다. 특히 중국의 매입 속도 둔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RBC 브루인 돌핀의 시장분석 총괄 재닛 무이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값이 강세를 보여온 만큼 매수 모멘텀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다변화 욕구가 금 보유 확대를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이 무역에서 더욱 고립주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상황에서, 주요 교역 상대국의 중앙은행들이 외환 보유액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