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항공기 전시회인 파리 에어쇼 개막을 앞두고 터진 이번 참사는 여전히 흔들리는 보잉의 안전성과 품질관리 체계에 대한 불신을 되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인도 아메다바드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한 보잉 787-8 드림라이너 항공편은 탑승자 242명 가운데 대부분이 숨지며 10년 만에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 특히 이 기종은 지난 2011년 상업 운항을 시작한 이후 한 차례도 치명적인 사고가 없었던 최신형 중대형 여객기라는 점에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보잉 자체의 설계나 제작 결함으로 단정하긴 이르다고 강조했지만 여론은 쉽사리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직 상업 조종사이자 안전전문가인 존 낸스는 “보잉이 제작한 항공기가 추락했는데 이는 제조사 책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잉은 오는 16일부터 열리는 파리 에어쇼에서 최근 수주한 300건 이상의 신규 계약과 737 생산 확대 계획 등을 앞세워 회복세를 부각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참사 여파로 가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런던의 고급 여행컨설팅업체 PC 에이전시의 폴 찰스 CEO는 “과거 보잉의 생산 문제에 대한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면서 “신임 리더십이 향후 며칠간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보잉 주가는 이날 4.2% 하락했고, 항공기 엔진을 공급하는 GE 에어로스페이스와 기체 부품 협력사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의 주가도 각각 2% 가까이 떨어졌다. 보잉의 회사채 역시 소폭 매도세를 보였다.
오트버그 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보잉 조사팀이 인도 당국과의 협조를 위해 준비돼 있다”며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지난해 1월 신형 항공기 도어 플러그가 비행 중 이탈하는 사건 이후 물러난 전임 데이브 캘훈 CEO의 뒤를 이어 보잉을 이끌고 있다.
보잉은 최근 수년간 737 맥스 기종의 잇단 추락 사고와 생산 지연으로 인한 대규모 신뢰 위기를 겪었다. 이번 사고 이전까지 오트버그는 생산 정상화와 대형 수주 성과를 통해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액시오스 해리스 기업 평판 조사’에서는 100대 브랜드 가운데 보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88위에 그치며 여전히 냉담한 대중 인식을 반영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항공기는 2013년 첫 비행을 시작해 2014년 에어인디아에 인도된 이후 총 4만1000시간 이상 운항했으며 지난달에도 58회에 걸쳐 420시간을 운항했다고 항공 데이터 분석업체 시리움과 플라이트레이더24가 밝혔다.
에드워드 존스 소속의 제프 윈도 애널리스트는 “이번 사고로 인해 생산 공정이나 품질 검사에 대한 감시가 강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생산 차질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