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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스라엘, 이란 ‘나탄즈 핵시설’ 정밀 타격…“핵심 원심분리기 파괴 여부는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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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이스라엘, 이란 ‘나탄즈 핵시설’ 정밀 타격…“핵심 원심분리기 파괴 여부는 불확실”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 나탄즈의 핵시설 위성사진. 사진=맥사테크놀로지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중부 이스파한주 나탄즈의 핵시설 위성사진. 사진=맥사테크놀로지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연료 농축 시설인 중부 이스파한주의 나탄즈를 정밀 타격한 가운데 이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줬는지에 대한 평가가 향후 며칠 또는 몇 주간에 걸쳐 이뤄질 전망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저녁 “나탄즈 핵연료 농축 시설을 타격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이번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중심을 겨냥한 대규모 작전임을 시사했다.

나탄즈는 이란이 거의 대부분의 핵연료를 생산해온 장소로, 특히 최근 3년 동안 핵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라늄까지 다량 생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이 나탄즈 외에도 다른 주요 핵시설인 포르도우(포르도) 농축 시설까지 포함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포르도우는 산 아래 깊숙이 위치해 이스라엘의 기존 전력으로는 직접 타격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얼마나 지연시켰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만약 1~2년가량의 지연에 불과하다면 장기전에 대한 부담과 이란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와 핵무기 개발 가속화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전략적 성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과거의 유사한 사례에서도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15년 전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으로 개발한 사이버 공격 프로그램 ‘스턱스넷(Stuxnet)’은 이란 원심분리기의 회전을 교란해 일시적인 타격을 입혔지만 이란은 몇 년 만에 시설을 복구하고 더 강화된 프로그램을 재가동했다.

나탄즈 시설은 지표면에서 약 50야드(약 45m) 아래에 위치하며 두꺼운 콘크리트로 보호돼 있어 이번 공격으로 실제 원심분리기가 얼마나 파괴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번 공격은 단순한 시설 파괴를 넘어 핵 및 군사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그간 이란의 핵과학자들을 개별적으로 제거해 왔으며 최근 몇 년간 차량에 부착한 자석 폭탄이나 원격조종 무기 등을 활용해 과학자들을 암살했다. 이번 공습에서는 해당 인물들의 본부와 주거지까지 동시에 공격해 집단 제거를 노린 정황도 포착됐다.

이란 내 핵 프로그램에서 가장 은밀하고 보호가 철저한 시설은 포르도우로, 이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기지 내부의 산악지대 아래 약 800m 깊이에 설치돼 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포르도우를 무력화하지 못한다면 무기급 핵물질 생산능력 전체를 제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브렛 맥거크 전 백악관 중동조정관도 “이스라엘이 포르도우를 타격하지 못했다면 핵무기 개발의 핵심 기술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탄즈는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 체결 이후 한동안 활동이 중단되거나 최소화됐으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탈퇴한 뒤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후 이란은 기존보다 훨씬 더 효율적인 원심분리기를 설치하고 농축도 역시 60%까지 끌어올렸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농축 수준인 90%까지는 불과 몇 주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IAEA는 이란이 현재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만으로도 핵무기 9기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난주 평가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12일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은 이제 1년 이내에 핵무장을 마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작전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20여 년간 미국과 함께 나탄즈 내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무력화하기 위해 다양한 작전을 펼쳐왔다. 그간 사이버 공격, 시설 내부 폭파, 과학자 암살 등 여러 방식이 시도됐지만 이란은 매번 빠르게 복구에 성공해왔다.

이번 공격의 여파로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거나 핵 프로그램을 지하로 완전히 은닉할 경우 중동 전역의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될 가능성도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