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KF-21 분담금 1조 삭감 극적 타결…인도네시아와 ‘질긴 인연’ 잇는다

글로벌이코노믹

KF-21 분담금 1조 삭감 극적 타결…인도네시아와 ‘질긴 인연’ 잇는다

기존 1.6조서 대폭 감액, 팜유 등 현물 상환 길 열어
사업 불확실성 걷히며 양산과 수출 추진에 ‘파란불’
KF-21 보라매 전투기.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디펜스 2025' 행사에서 KF-21 전투기 공동개발 수정 계약을 체결했다. 5년간 이어진 협상 끝에 타결된 이번 합의로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은 기존 1조6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감액됐으며, 일부는 현물로 상환할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KF-21 보라매 전투기. 한국과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디펜스 2025' 행사에서 KF-21 전투기 공동개발 수정 계약을 체결했다. 5년간 이어진 협상 끝에 타결된 이번 합의로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은 기존 1조6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감액됐으며, 일부는 현물로 상환할 수 있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장기간 난항을 겪던 KF-21 보라매 전투기 개발 분담금 문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기존의 약 3분의 1 수준인 6000억 원으로 삭감하는 대신, 기술 이전 범위 등을 조정하는 조건으로 전투기 공동개발을 계속 이어가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군사 전문 매체 아미레커그니션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인도 디펜스 2025' 방산전시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정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는 양국 국방 및 방산 분야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으며, 5년간 이어진 지지부진한 협상을 매듭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인도네시아의 분담금을 기존 약 1조6000억 원에서 6000억 원으로 대폭 조정한 것이다. 현재까지 약 4000억 원을 납부한 인도네시아는 나머지 2000억 원에 대한 납부 일정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협의를 통해 조정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합의에서 인도네시아가 분담금 일부를 팜유와 같은 현물로 상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고 등 경제 사정을 고려한 현실적인 조치로, 국제 방산 협력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 5년 간의 줄다리기…'가시밭길' 협상 마침표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연체는 2019년부터 시작됐으며,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기술진의 기술 유출 시도 정황이 드러나 외교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으나, 양국은 사업 완수라는 대의를 위해 협상 재개에 나섰다. 이처럼 난항을 거듭하던 논의는 이번에 명확한 분담금 액수와 대안을 마련하면서 사업의 가장 큰 불확실성을 해소하게 됐다.

2015년 공식 시작한 KF-21 공동개발의 당초 계약은 우리 정부가 60%, KAI가 20%, 인도네시아가 20%를 부담하는 구조였다. 지난해 3월 KAI의 사업 지분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인수하며 사업을 총괄하게 됐지만, 정부 간 협상은 방위사업청이 주도해왔다.

분담금은 줄었지만 인도네시아의 사업 참여는 계속된다. 인도네시아 국영항공업체 PTDI는 KF-21의 동체와 날개 일부 부품 생산에 참여하며, 향후 도입할 48대 물량의 유지보수 권리도 갖는다. 다만 분담금이 줄어든 만큼 기술이전 범위는 일부 조정될 전망이며, 구체적인 범위는 KF-21 시스템 개발이 완료된 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 불확실성 걷고 미래 협력 기대감


정부는 이번 타결로 오랜 걸림돌을 제거해 KF-21 양산과 수출 추진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평가한다. 현재 시제기 6대는 초음속 비행과 IRIS-T 공대공 미사일 등 무장 시험을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2026년 말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유일한 해외 파트너로서 사업에 계속 참여함에 따라, 향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국제 공동개발이라는 명분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나아가 양국은 이번 전시회 기간 중 KF-21을 넘어 지상 및 해상 무기체계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하며 국방 협력 관계를 한층 공고히 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KF-21 외에도 프랑스 다쏘 라팔, 미국 보잉 F-15EX 도입을 추진하는 등 공군력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KF-21 사업의 안정적인 마무리는 양국 모두에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