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관계 개선 신호...비자 촉진·언론 교류도 확대
히말라야 국경 분쟁 해결 후 양국 협력 재개 탄력
히말라야 국경 분쟁 해결 후 양국 협력 재개 탄력

인도 외무부는 13일 성명을 통해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무장관과 쑨웨이동 중국 외교부 차관이 지난 12일 뉴델리에서 가진 고위급 회담에서 직항 항공 서비스 재개를 위한 "신속한 조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쑨웨이동 차관이 13일까지 이틀간 인도를 방문하는 가운데 이뤄졌으며, 양국 관계가 본격적인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인도와 중국 간 직항편은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중단됐다. 이후 히말라야 국경 분쟁 지역인 동부 라다크에서 국경 대치가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됐다. 특히 2020년 6월에는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백병전이 발생해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양측은 지난해 10월 국경 순찰 배치에 관한 획기적인 합의에 도달하면서 마침내 4년 넘게 지속된 교착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12일 회의에서 미스리 장관은 인도와 중국 간의 업데이트된 항공 서비스 협정이 조기에 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도 외무부 성명에 따르면 "양측은 비자 촉진과 언론과 싱크탱크 간의 교류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양측은 "사람 중심의 관여를 우선시하며 관계를 지속적으로 안정화하고 재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와 정치적 이슈를 넘어 인적 교류를 통해 양국 관계의 기초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스리 장관은 5년 이상의 공백 끝에 올해 티베트의 카일라시 만사로바르라는 힌두교 성지로 인도 신도들의 순례를 재개한 데 대한 중국의 협력에 감사를 표했다. 카일라시 만사로바르는 힌두교도들에게 가장 신성한 순례지 중 하나로, 이 순례의 재개는 양국 관계 개선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는 또한 수문 데이터 공유 재개를 포함하여 국경을 초월한 하천에 대한 양국의 최근 논의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진전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브라마푸트라강(중국명 야루창부강) 등 국경을 가로지르는 강의 수자원 관리 협력이 재개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경제 협력 분야에서도 진전이 기대된다. 성명서는 "양측은 특정 우려 사항을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경제 및 무역 분야를 포함한 특정 기능 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이자 아시아의 두 경제 강국인 인도와 중국의 관계 정상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은 세계 최장 국경을 공유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중국은 인도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다.
직항편 재개는 양국 간 비즈니스, 관광, 학술 교류 등을 크게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이전 인도와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양국 국민뿐만 아니라 제3국 경유 승객들에게도 중요한 교통수단이었다.
특히 인도의 IT 서비스 기업들과 중국의 제조업체들 간의 비즈니스 교류가 재개되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양국 관광업계는 직항편 재개로 상당한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합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도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실용적 접근을 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는 쿼드(QUAD) 등을 통해 미국과 협력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는 별도로 관리하는 균형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양국 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항공편 재개 합의가 양국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