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인플레이션 예상보다 낮아...일본 자동차 수출가격 17.7% 급락
기업들 가격 전가 대신 비용 흡수 선택...월마트만 가격 인상 예고
기업들 가격 전가 대신 비용 흡수 선택...월마트만 가격 인상 예고

미국의 5월 인플레이션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제한적임을 시사한다. 미국은 지난 2월부터 중국산 수입품을 시작으로 관세를 인상하기 시작했으며, 3월에는 철강, 4월에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수십 개국 상품에 대한 '상호적' 관세를 도입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러한 조치들이 5월부터 인플레이션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수요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목요일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 모두 관세로 인한 '미시적' 가격 압박만을 보여줬다고 리서치 회사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가 분석했다.
관세의 영향은 다른 곳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북미행 일본 승용차의 수출 가격은 3월과 5월 사이 17.7% 하락한 반면, 다른 나라로 향하는 일본 승용차 수출가격은 0.4% 하락에 그쳤다. 이는 적어도 지난 10년간 가장 극적인 변동 중 하나로, 관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사실상 외국에 대한 세금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관세를 수출업자가 아니라 수입업자가 지불한다고 반박해왔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는 적어도 현재로서는 트럼프의 주장이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노동부 물가 데이터에 따르면, 관세를 제외한 중국산 수입품 가격은 3월과 4월에 하락했으며, 유럽연합(EU)으로부터의 수입품 가격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수출국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일부 흡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기업들도 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 홈디포의 머천다이징 담당 부사장 빌리 바스텍은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앞으로 고객들을 위한 광범위한 가격 인상을 전혀 예고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홈디포 재고의 거의 절반이 수입품인 상황에서 이 회사는 공급망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전체 구매량의 10% 이상을 단일 외국 국가가 차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다각화만으로는 관세 영향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 미국 싱크탱크 조세재단은 '행동적 반응'을 고려한 후 평균 유효관세율이 12.4%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평균 적용률 16.1%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194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4월 이후 비용 상승을 완전히 흡수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월마트와 중국 사이에서는 '관세를 먹어라'고 말해야 하며, 소중한 고객에게 어떤 것도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맹렬히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관세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미국 국민들은 임금 상승 둔화를 통한 간접적 영향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준의 최신 베이지북에서는 가격 협상부터 재고가 재조정된 품목을 진열대에 올리는 데 필요한 시간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이 아직 가격 인상을 단행하지 않는 다양한 이유를 관찰했다고 밝혔다.
소비자 물가 상승을 지연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관세가 발효되기 전 기업들이 상품 수입을 서둘렀다는 점이다. 미국의 월간 상품 수입량은 지난해 평균 2722억 달러에서 3월 3445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렇게 비축된 재고가 유지되는 동안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관세 수입 증가로 2025-35년 기간 동안 연방 적자가 2조800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 돈은 결국 미국 안팎의 어딘가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상황은 관세 정책의 단기적 효과와 장기적 파급 효과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들이 현재는 관세 비용을 흡수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고가 소진되고 기업들의 수익성이 압박받기 시작하면 결국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의 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