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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긴급 소송 전략으로 연방대법원서 잇단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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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긴급 소송 전략으로 연방대법원서 잇단 승리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청사.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연방대법원에 잇따라 긴급 신청을 제기하며 자신의 주요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5개월도 되지 않아 19건의 긴급 신청을 제출했고 이 가운데 13건이 처리돼 9건에서 승소했다.

15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하급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행정 조치들을 신속히 집행하기 위해 대법원의 긴급 심리 절차, 이른바 '섀도 도켓(shadow docket)'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섀도 도킷이란 연방대법원이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긴급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절차를 말하는 것으로 ‘섀도’는 비공개적이고 신속한 방식이라는 점을, ‘도켓’은 사건 목록을 뜻한다.
이 같은 긴급 신청은 과거 행정부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7~2021년 1차 임기 때도 41건을 제출한 바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에는 4년 내내 19건이 접수됐으며 조지 W. 부시·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16년을 합쳐도 8건에 불과했다.

이번 임기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 인도주의 체류 허가 철회 △트랜스젠더 군 복무 금지 △연방 인력 축소 등을 포함한 정책들에 대한 하급심 판결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긴급 심리를 요청했다. 현재까지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 측의 입장을 받아들인 경우가 9건, 일부 수용은 1건, 기각은 2건이며, 1건은 무효 처리됐다.

이같은 판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법적 논란 중에도 정책을 우선 집행할 수 있는 길을 확보했다. 예를 들어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즉시 신설해 운영해온 '정부효율부'가 사회보장청 시스템에 있는 수백만 미국인의 개인정보에 접근하도록 허용했으며, 이 부처에 대한 감시단체의 정보공개 요구도 막았다. 또 교사 훈련 보조금 수백만달러 삭감과 수천 명의 연방 시보직 공무원 해고도 승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신속한 판단이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대 로스쿨의 사라 콘스키 교수는 “정부가 승소 가능성이 높은 사건만 선별해 상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타운대 로스쿨의 스티븐 블라덱 교수는 “대법원 일부 판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에서 어느 정도의 정치적 자본을 써야 할지를 계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 대법관들도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사회보장제도 관련 개인정보의 접근을 허용한 판결에서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이 법원은 긴급 구조복을 입고 등장해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불을 더 지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사 보조금 삭감 판결에서도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충분한 검토나 변론 없이 빠르게 사건을 처리하면 오판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이 같은 전략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해리슨 필즈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국민이 선택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대법원은 하급심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기 위해 계속 개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긴급 도켓은 전통적으로 소송 기록 전체를 검토하고 서면과 구두 변론을 거친 뒤 판결을 내리는 일반 절차와 달리 짧은 시간 안에 서면 제출만으로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 많아 '그림자 법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올해 접수된 19건 중에서 구두 변론이 진행된 것은 출생시 시민권 제한 명령을 둘러싼 1건뿐이다.

이번처럼 대법원이 대통령의 정책을 긴급하게 승인하는 사례가 계속되면 향후 대법원 역할과 삼권분립 원칙에 대한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