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적 부친과 보상심리 모친, 세 지도자 유년기서 공통 패턴 발견
연구 "인정 욕구가 낳은 '반응성 자기애'… 독선·공격적 리더십으로 이어져"
연구 "인정 욕구가 낳은 '반응성 자기애'… 독선·공격적 리더십으로 이어져"

15일(현지시각) 닛케이에 따르면 지난 5월, 동료 심사를 거치는 온라인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콜로지'에 실린 한 연구 논문은 나치 독일의 히틀러, 러시아의 푸틴, 미국의 트럼프를 사례로 '자기애성 정치 리더십'의 유년기 기원을 탐구했다.
다만 이 연구는 세 인물에게 '자기애성 인격장애'라는 임상 진단을 내리려는 시도는 아니다. 미국심리학회(APA)의 '골드워터 룰'은 정신과 의사가 직접 진찰하지 않은 공인에 대해 진단을 내리는 행위를 금지한다. 논문 저자인 유수프 치프치 연구원은 "정치 지도자에게 심리 검사를 하거나 정신분석을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의 유년기나 가족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찾는 것은 가능하다"고 연구의 접근 방식을 설명했다. 연구는 일기, 인터뷰, 역사 기록 등을 분석해 성인이 된 후 나타난 자기애 특성의 기원을 추적했다.
◇ 인정 욕구가 낳은 '반응성 자기애'
연구는 자기애를 '건설 자기애'와 '반응 자기애'로 구분한다. '건설 자기애'는 안정된 환경에서 비롯된 건강한 자신감이라면, '반응 자기애'는 방임, 학대, 조건부 사랑 등 고통스러운 유년기 경험 때문에 생긴다. 스스로 웅장한 자기 이미지를 만들어 수치심, 무력감, 무가치함 같은 감정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적 필요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부족과 방어 태도 역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치프치 연구원은 세 지도자의 유년기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4가지 발달 주제를 특정했다. 이는 ▲권위주의이며 벌을 자주 내리는 아버지 ▲자녀를 감싸거나 감정 보상을 제공하는 어머니 ▲유년기 트라우마나 정서 방임 ▲비현실적인 기대와 압박 등이다.
◇ 히틀러·푸틴·트럼프… 판박이 유년기
히틀러는 권위주의이며 폭력적인 아버지 알로이스와 그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며 정서에 의존했던 어머니 클라라 밑에서 자랐다. 연구는 먼저 세상을 떠난 형제들을 대신해야 했던 '대리 자녀' 역할과, 아버지에게서 받은 깊은 두려움과 무력감, 어머니에게서 받은 과장된 우월감이라는 모순된 감정이 그의 반응 자기애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치프치 연구원은 히틀러의 지속적인 패턴을 "유년기 정신 트라우마에 뿌리를 둔 '만성 자기애 분노'"라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의 유년기 또한 히틀러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큰 상처를 입은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난 그는 이미 두 형을 잃은 가정에서 자랐다. 군인 출신으로 엄격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따뜻한 어머니라는 대조되는 환경은 히틀러의 사례와 판박이다. 연구는 푸틴이 사냥, 유도, 상의 탈의 등 '마초 남성다움'을 과시하는 것을 강함을 드러내려는 '보상 행동'으로 풀이했다. 치프치 연구원은 "푸틴의 리더십은 자기애성 정치 리더십이며, 그의 부모와 따로 떼어 평가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 자본주의 배경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심리 특징을 공유한다. 부동산 거물이었던 아버지 프레드는 성공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강인한 인물이었고, 어머니 메리는 병치레가 잦아 정서 교류가 부족했다. 13세에 군사 학교로 보내진 경험은 그에게 '상징적인 거부'이자 '원체험'으로 작용했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형의 실패는 성공만이 사랑과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가풍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정치 스타일은 칭찬과 인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하려 대중에 크게 의존하게 한다고 연구는 분석했다.

◇ '강한 리더' 원할수록 독선 키운다
이 같은 자기애 리더의 등장은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회가 개인주의를 중시하고 리더의 '강함'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에서, 이들의 카리스마와 적극성이 초기 지지를 얻기 좋은 토양을 만든다는 분석이다.
◇ 카리스마 뒤에 숨은 파괴적 본능
하지만 이런 리더십은 길게 보면 독선이며 공격적인 체제로 흐를 위험이 크다. 비판과 다른 의견을 물리치고 자신의 정당성과 위대함을 과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 밑바닥에는 '인정받고 싶다'는 강한 욕구와 '자신의 무가치함이나 불안을 메우고 싶다'는 깊은 심리 동기가 자리 잡고 있다.
한 인물의 유년기 상처에 뿌리를 둔 심리적 특성이 사회·역사적 조건과 맞물릴 때 얼마나 파괴적인 리더십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