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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스페인 배터리 공장 12억 유로 투자에 환경단체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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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스페인 배터리 공장 12억 유로 투자에 환경단체 소송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우려"
환경영향평가 미흡·주민 알 권리 침해 논란...1,400명 일자리 창출 기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몬트로익 델 캄프의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몬트로익 델 캄프의 모습. 사진=로이터
롯데머티리얼즈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몬트로익 델 캄프에 12억 유로(188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부품 공장을 짓는 일이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 농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은 공장 건설을 막으려고 소송을 냈다고 스페인 현지 언론 엘나시오날이 지난 15(현지시각) 보도했다.

카탈루냐 환경단체 GEPEC와 농민단체 페이지소스 유니오(Unió de Pagesos), 주민 모임 아소시아시오 데 베이너스 클럽 몽루이그(Associació de Veïns Club Mont-roig)은 카탈루냐 고등법원에 롯데머티리얼즈 공장 건설과 관련한 도시계획 변경 승인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들은 "엘스 코멜라레츠 산업단지는 원래 저위험 산업만 허용했으나, 최근 도시계획을 바꿔 고위험 산업까지 허용하면서 환경과 주민 안전에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소송인들은 "시청이 공장을 짓겠다는 목적을 숨긴 채 도시계획을 바꿨고, 그로 인해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영향평가서가 실제 사업 범위를 반영하지 못했고, 대기오염, 물 사용, 화학물질 위험성 등 꼭 필요한 내용이 빠졌다고 덧붙였다. 카탈루냐 기후변화국은 시청에 대기오염 영향 평가와 물 확보 방안 마련을 요구했으나, 시청은 "산업단지에서 어떤 사업이 이뤄질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소송인들은 롯데 공장이 흰꼬리수리, 유럽종 바위종달새, 지중해거북 등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민에게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 주민 참여권이 침해됐다"고 말했다. "아르후스협약에서 보장하는 환경 정보 접근권, 참여권, 사법적 구제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엔이 1992년 채택한 리우선언 제10원칙도 언급하며 "시민이 환경 문제에 대해 정보를 얻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이번 사업을 전략 투자로 평가한다. 최근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살바도르 이야가 지난달 한국을 찾아 롯데 경영진을 만나 "12억 유로 투자와 1400명 일자리 창출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롯데머티리얼즈가 유럽에 짓는 첫 배터리 부품 공장으로 현지 산업 발전과 고용 확대에 기대가 크다.

현지 업계에서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때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알 권리 보장이 꼭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소송이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 권리, 대규모 투자 유치 사이 균형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