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반토막 충격… 에너지 가격·복지 팽창이 구조적 뇌관
규제 25% 감축·원자력 재가동… 민간 주도 회복 없인 반등 없다
규제 25% 감축·원자력 재가동… 민간 주도 회복 없인 반등 없다
이미지 확대보기독일이 4년 연속 사실상 경제 정체 상태에 빠진 가운데, 저명 경제학자가 연금 조기 수령 제도 폐지와 원자력 발전소 가동 재개를 포함한 충격 처방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 경제 전문 미디어 뮌히너 메르쿠어(Münchner Merkur)는 19일(현지시각) 경제학자 다니엘 슈텔터(Daniel Stelter)가 신작 '추락: 독일을 구하는 법(Absturz: So retten wir Deutschland)'을 통해 독일 경제 위기의 본질을 진단하고 구조 개혁의 시급성을 역설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에서 0.5%로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카테리나 라이헤 경제장관은 "올해 기대했던 경제 회복이 외부의 지정학적 충격에 다시 발목 잡혔다"고 평가했다.
"우리 스스로 망쳤다"… 메르켈 시대의 빚
슈텔터는 독일 경제를 "고도를 잃어가는 항공기"에 비유하며 추락 직전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010년대 초반까지는 유로존 위기가 촉발한 저금리 환경 덕분에 수출 경제가 호황을 누렸으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집권 시절 그 호황을 개혁의 기회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로와 교육 시스템을 정비하고, 디지털화를 앞당기고, 세제를 뜯어고쳤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스스로 해를 끼치는 정책까지 폈다"고 슈텔터는 밝혔다.
그가 말하는 '해를 끼친 정책'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 방식과 복지 팽창이다. 슈텔터는 "재생에너지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산업 국가가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을 자급할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수소 같은 예비 전원 확보 비용이 함께 올라가 전기료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방대한 규제와 복지 확대,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뷔르거겔트)로의 전환이 노동 의욕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ifo 경제연구소의 예측 책임자 티모 볼머스호이저는 "독일 경제는 혁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한 구조적 전환에 매우 느리고 큰 비용을 들이며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하면 더 받아야… 복지와 노동 사이의 좁아진 간격
슈텔터는 노동 유인 구조의 왜곡도 심각하다고 짚었다. 취업자는 직장 건강보험에서 배우자 무상 피부양 혜택을 잃는 반면 기초생활수급자는 이를 유지하는 구조 탓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선 인근 계층은 한 달에 250유로(약 43만 원) 안팎의 실질 손실을 감수하며 일해야 한다. 에너지 비용 급등도 취업자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
"일하면 무조건 더 손에 쥐어야 한다. 그것이 논리 아닌가. 세후 실질 소득이 늘어야 일할 동기도 생긴다. 주4일제 단축 근무나 병가 문제를 논하기 전에, 노동자가 더 많은 순수입을 가져가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주4일 근무제나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으로는 독일의 부를 지킬 수 없다"며 노동 시간 연장을 주장한 데 대해 슈텔터는 "개연성 있는 진단"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노동 투입량보다 생산성이 훨씬 강력한 성장 수단"이라며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투자와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각 실행" 3대 처방… 연금 63 폐지·탈원전 중단·규제 25% 삭감
슈텔터가 제시한 즉각 실행 가능한 처방은 세 가지다.
첫째, 각 부처가 소관 법령의 4분의 1을 폐지하는 방식의 전면적 규제 완화다. "더 적은 정부가 필요하다. 줄어든 정부는 세금도 덜 필요로 한다"는 논리다.
둘째, 탈원전 노선의 전면 재검토다. 슈텔터는 "비용과 기후를 동시에 최적화하는 에너지 시스템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섞은 혼합 구성"이라고 주장했다.
로베르트 하벡 전 경제장관에 대해서는 과도한 비난은 부당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한 결정만 없었다면 총리 후보감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셋째, 63세 조기 연금 수령 제도의 즉각 폐지다.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선택지가 없다. 사람들은 더 오래 산다. 더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슈텔터는 말했다.
다른 선진국에서 실질 은퇴 연령이 70세를 향해 움직이는 추세를 언급하며, 기대 수명 연장에 따른 이득을 노동과 은퇴 사이에 나누는 방식이 공정하다는 논리를 폈다.
독일 대표 싱크탱크 ifo 경제연구소는 공동 성명에서 "확장적 재정지출이 경제의 실질적인 성장 약세를 감추는 효과만 낼 것"이라며 "근본 경제 구조의 취약성이 남아있는 한 폭넓은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ifo 경제연구소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독일 수출 경제에 지속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높은 관세가 2026년 성장률을 0.6%포인트 추가로 낮출 것으로 추산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는 대내외 구조적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이중 압박에 놓인 셈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