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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중앙은행, 기준금리 0%로 인하... “필요시 추가 인하”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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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중앙은행, 기준금리 0%로 인하... “필요시 추가 인하” 시사

인플레 압력 감소와 통화가치 강세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
1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금리 결정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스위스 국립은행(SNB) 본점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금리 결정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스위스 국립은행(SNB) 본점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19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0%로 0.25%포인트(25bp) 인하한 뒤 필요시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SNB의 이날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하는 가운데 스위스 프랑화 강세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른 국가들이 인플레이션과 계속 씨름하고 있지만, 스위스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로 0.1% 하락하는 등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 이후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난 분기에 비해 감소했다"면서 "SNB가 낮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에 통화정책 완화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틴 슐레겔 SN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하락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며 필요시 통화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혀 완화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명확히 했다.

이날 금리 인하에 앞서 시장에서는 25bp 인하 가능성을 약 81%, 50bp 인하 가능성이 약 19%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SNB의 이날 금리 인하는 통화 가치 강세가 물가 하락 압력을 키우고 경기 회복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통화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슐레겔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로 "차입 비용이 마이너스 영역 직전으로 떨어졌다"고 인정하면서 "우리는 마이너스 금리가 바람직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많은 경제 주체들에게 도전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SNB의 이날 금리 인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스위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슐레겔 총재와 SNB는 지난 3월까지만 해도 금리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시사했으나, 스위스프랑이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강세 기조를 이어가자 정책 방향을 바꿨다.

슐레겔 총재는 "필요시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최신 자료에 따르면 SNB는 적어도 지난 1년간 실제 환시 개입에 나서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급격한 정책 변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난달 스위스 프랑은 달러 대비 10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스위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초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다.

이날 SNB의 금리 인하 조치는 대부분의 글로벌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에 있어 관망세를 유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이날 영국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몇 차례 금리 인하 후 현재는 잠정적으로 금리 인하 중단 의사를 시사했다.

다만,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이날 시장의 예상을 깨고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