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SMR·수소 분야 협력 논의...울산 원전·수소 전주기 연구센터 방문 통해 기술력·안전성 신뢰 얻어

최근 세르비아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원자력 및 수소 분야에서 본격적인 협력에 나서며, 중앙·동유럽 원전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발칸그린에너지뉴스(balkangreenenergynews)는 지난 20일(현지시각) 세르비아 에너지 고위급이 울산 한수원 본사와 수소 전주기 연구센터를 방문해 기술력과 안전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세르비아는 1989년 원전 금지 조치를 해제한 이후, 원자력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 중이다. 세르비아 광업 및 에너지 차관 라도시 포파디치(Radoš Popadić)는 "한수원과 원자력 및 수소에 관한 지식·경험 교환 계약이 곧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포파디치 차관은 "안정적이고 저탄소 미래를 위해 수소는 미래의 에너지 제품이며, 수소 사용은 세르비아의 전략 문서에도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해외 핵시설 건설에서 입증된 성과를 거뒀다"며, 한수원 모회사 한국전력공사(KEPCO)가 주도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4기 중 1호기 9월 정상 가동) 사례를 강조했다.
세르비아는 최근 원자력 에너지 도입을 위해 러시아, 슬로베니아, 중국, 프랑스 등과도 접촉하며 다양한 협력 옵션을 모색 중이다. 세르비아는 지난해 11월 에너지법을 개정해 1989년부터 시행된 원전 건설 모라토리엄을 폐지했고,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기술 도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수원과 세르비아는 SMR 및 수소 분야 협력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소 전주기 연구센터는 한수원이 2022년 메가와트(MW)급 수소 실증설비 기본설계를 위해 구축한 시설로, 시간당 최대 2.7kg의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이곳에는 재생전력을 모사하는 설비가 갖춰져 다양한 수소 생산 시험이 가능하다.
세르비아는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높아, 2030년까지 국가 전체 전력소비의 45%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수원은 세르비아의 높아진 친환경 에너지 전환 수요에 따라 신재생 및 수소 분야 협력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르비아는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이 2021년 러시아 국영원자력공사(로사톰) 알렉세이 리하체프 사무총장과 원전 건설 가능성을 논의하는 등 다양한 국가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세르비아는 지난해 프랑스 국영 에너지전력회사(EDF)와 협력 관계를 체결했고, 슬로베니아, 중국과도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발칸 반도와 유럽 등 많은 국가들이 첫 번째 또는 추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원하고 있어, 세르비아 역시 원전 프로젝트 가능성을 적극 검토 중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운송, 난방, 냉방의 전기화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등으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자력 발전소는 가격 경쟁력, 그리드 안정성, 공급 보안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석탄발전소 대규모 폐쇄와 화석연료 가스의 불확실성,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기상 의존성 등으로 인해 원자력 에너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등 유연성 솔루션의 도입이 진행되고 있으나, 보급 속도가 느린 점도 원자력 수요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수원과 세르비아의 협력은 중앙·동유럽 원전시장 진출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한다. 한수원은 해외 원전 시장에서의 입증된 기술력과 안전성, 수소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서의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세르비아와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