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손잡고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세계 공급망 재편 신호탄

지난 21일(현지시각) 시킹알파에 게시된 투자전문지 마켓몽키스의 줄리아 오스티안 분석가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계획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보와 지정학 위험 분산을 목표로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으며, 칩 공장과 로봇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세계 기술 공급망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 250억 달러 현금 vs 1260억 달러 부채...자금 조달이 관건
손 회장은 이미 안정된 수익원인 통신 부문 소프트뱅크 코퍼레이션과 2016년 인수한 칩 설계업체 암홀딩스를 보유하고 있다. 암홀딩스는 2023년 재상장을 통해 현재 소프트뱅크의 핵심 현금 조달처 역할을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손 회장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세계 AI, 로봇, 새로운 기술 아이디어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이 회사는 위워크(WeWork)의 최대 투자자였으며, 한 분기에는 티-모바일(T-Mobile)이나 알리바바 주식을 팔아 이익을 내고 다음 분기에는 투자를 했다가 시장이 불리하게 움직이면 이익이 급감하는 변동성이 큰 특성을 보이고 있다.
◇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3200억 달러 투자 겨냥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올해 AI 관련 데이터센터와 서버 투자 규모가 3200억 달러(약 439조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애리조나 AI 단지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 구글 등 주요 고객들과의 근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손 회장이 일본이 아닌 미국에 이 거대한 산업단지를 짓고 싶어하는 이유는 돈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칩과 로봇의 가장 큰 구매자는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들이며, 이들은 공급이 자국에서 이뤄지기를 원한다. 또한, 미국은 자국 영토에 칩 공장을 건설하려는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어 손 회장이 정부 지원과 세금 완화, 대통령 팀의 지원을 받는다면 비용을 낮추고 전체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
손 회장은 AI에 대한 야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능한 모든 방향에서 접근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픈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고, 엔비디아와 삼성도 참여한 스킬드라는 로봇 스타트업의 대규모 펀딩 라운드에 참여했으며, 인텔과 함께 새로운 메모리 칩 회사를 설립하고 있다. 손 회장은 아랍에미리트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이 거래는 몇 가지 정치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이번 애리조나 계획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TSMC에게는 대만 이외의 생산 라인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중국 때문에 항상 큰 걱정거리였다. 엔비디아의 경우 자체 칩을 제작하지 않고 설계하며, TSMC가 엔비디아를 위해 칩을 제조하므로 이는 위협이 아니라 도움이 된다. 미국의 거대한 TSMC 용량은 엔비디아가 많은 고급 AI 칩을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손 회장은 제조업을 위한 공장 그 이상을 짓고 싶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음 단계는 칩 설계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엔비디아에게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이 이야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의 성공 여부가 TSMC의 대응 방식, 실제 애리조나에서 이 일을 추진하기로 한 결정, 손 회장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얼마나 더 팔 의향이 있는지, 그리고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미국 정부 자금이 나타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