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1,860만 헥타르 삼림소실 지역에서 불법 소 목장 연루 의혹
유럽연합 삼림벌채 규제 앞두고 업계 윤리성 시험대
유럽연합 삼림벌채 규제 앞두고 업계 윤리성 시험대

어스사이트는 법원 판결, 위성 사진, 선적 기록을 분석해, 브라질 육류 포장 대기업 프리골(Frigol)과 연결된 가죽 공급망이 환경과 원주민 권리 침해에 연관된 소 구매에 '끔찍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프리골은 자사의 조달 정책이 산림 및 농업 비영리단체 이마플로라(Imaflora)와 브라질 검찰이 개발한 모니터링 방식을 따르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브라질 내에서는 축산을 위한 토지 개간이 삼림벌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브라질 파라주는 지난 20년간 포르투갈 면적의 약 두 배에 달하는 1,860만 헥타르의 삼림이 사라진 것으로 집계됐다. 브라질 정부는 2030년까지 삼림벌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11월 브라질 파라주 벨렝(Belem)에서 유엔 기후회담(COP30)이 열릴 예정이다.
◇ 명품 브랜드 공급망, 추적 한계와 불투명성
그러나 브라질산 가죽의 약 80%가 해외로 수출되고, 파라주 최대 수출업체인 두를리쿠로스(Durlicouros)는 프리골로부터 원가죽을 공급받는다. 두를리쿠로스는 이탈리아 베네토(Veneto) 지역의 무두질 공장 두 곳(콘체리아 크리스티나, 파에다)에 가죽을 공급하며, 이 공장들은 자동차, 인테리어, 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브랜드에 가죽을 납품한다. 어스사이트 조사관이 구매자로 위장해 접촉한 결과, 콘체리아 크리스티나는 코치에 브라질산 가죽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파에다의 지속가능성 담당 파올로 제지오는 두를리쿠로스가 전체 원가죽의 0.1% 미만만 공급한다고 반박했으나, 어스사이트는 두 공장 모두 명품 브랜드에 가죽을 납품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가죽 공급망의 추적이 무두질 공장 수준에서만 이뤄진다는 점이다. 어스사이트 라라 시라 화이트 캠페이너는 "레더 워킹 그룹(Leather Working Group)의 인증은 목장까지 확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레더 워킹 그룹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데비 버튼은 "현재 인증은 무두질 공장 내 환경 성과와 추적성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 브랜드별 대응과 환경단체 비판
브라질 가죽의 복잡한 공급망과 투명성 부족은 업계 전체의 과제로 남아 있다. 브라질 무두질 산업센터는 "불법 삼림벌채에 반대하며 환경·사회·경제적 실천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파라주는 2026년까지 모든 소와 버팔로에 개별 식별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가죽 산업이 소 도축장 매출의 1%에 불과해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세계자연기금의 페르난도 벨레세 수석 이사는 "문제 지역에서 투자를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기업들이 협력해 무삼림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별로 대응 수준도 다르다. 팀버랜드(Timberland) 모회사 VF 코퍼레이션, H&M, 나이키(Nike) 등은 브라질 아마존산 가죽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휴고 보스(Hugo Boss)는 공급망 검토 결과 두를리쿠로스와 관련이 없다고 밝혔으며, 2025년 말까지 유럽연합(EU) 삼림벌채 규정(EUDR)에 맞춰 모든 2차 직접 가죽 공급업체에 농장 수준 데이터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스사이트는 "브랜드들이 유럽연합 삼림벌새 규정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케링(Kering) 그룹의 구찌(Gucci) 등 일부 브랜드는 가죽 원재료의 출처를 2025년까지 축산 농가까지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구찌는 2019년부터 가죽 가공업체 8곳과 협력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생산에 꼭 필요한 부분만 가공해 폐기물과 에너지, 화학물질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어스사이트 보고서에는 펜디, 쇼에(Chloé), 휴고 보스가 콘체리아 크리스티나와 파에다에서 가죽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넬(Chanel), 루이비통, 케링의 발렌시아가(Balenciaga)와 구찌는 파에다의 고객으로 기록됐으며, 케링의 생로랑(Saint Laurent)은 콘체리아 크리스티나에 가죽을 공급받는다. 샤넬은 2024년 초 파에다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파에다의 파올로 제지오는 "샤넬이 추적성 문제를 제기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라라 시라 화이트 캠페이너는 "가죽이 부산물이고 매립지로 갈 재료를 절약하는 상품으로 묘사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브라질과 같은 삼림벌채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소 목장을 확장하는 핵심 경제적 동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모든 브랜드는 보장된 공급망 실사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명품 브랜드의 장점은 스스로를 지속가능성의 황금 표준으로 삼는다는 점인데, 소비자들은 명품에 많은 돈을 쓸 때 삼림벌채나 인권 침해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안전망이 제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브라질 가죽 공급망의 복잡성과 불투명성은 오랫동안 지적돼 왔으나, 기업과 인증 제도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덮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쇼에는 콘체리아 크리스티나와 파에다의 주장을 적절히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유일한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브라질 가죽 산업이 소 도축장 매출의 1%에 불과해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점, 그러나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꼽힌다. 명품 브랜드의 환경책임과 공급망 투명성은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는 상황이다.
라라 시라 화이트 캠페이너는 "가장 큰 브랜드들조차 공급망 실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다른 브랜드들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환경 검찰관 다니엘 애제리도는 "삼림벌채를 막으려면 목장주인들에게 나무를 베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