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 포안 재무장관, 글로벌 원조가 고갈되고 있다고 지적
세계 경제 둔화 속 개발도상국 지원 강화 필요성 강조
세계 경제 둔화 속 개발도상국 지원 강화 필요성 강조

란 포안 재무장관은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AIIB 연례 회의에서 "세계 경제 성장은 둔화되고 있고, 국제 개발 원조 기금은 감소하고 있으며, 제한된 공공 자원으로 제약을 받는 개발도상국들은 일반적으로 국경 간 연결성 투자에 대한 자금 격차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이 대출 기관이 신흥 시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세계 경제 둔화로 인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기 전까지 워싱턴이 세계 최고의 개발 지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음을 암시했다.
중국은 AIIB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국가로 2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AIIB는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개발은행으로,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과 연결성 향상을 위해 2016년 설립됐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를 자랑하지만, 소비가 훨씬 더 활발한 미국과 유럽연합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규모와 구매력이 서구 선진국 시장에 비해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란 장관은 "중국은 AIIB가 더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국경 간 연결성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 자원을 동원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민간 기업이 국경을 초월한 투자 프로젝트에 더 많이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발언은 중국이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구상을 통해 추진해온 글로벌 인프라 연결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아시아 지역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제적 의존도를 높이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움직임이 미국 주도의 기존 국제 금융 질서에 대한 도전이면서 동시에 자국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개발 원조 자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중국이 AIIB를 통해 개발도상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것은 장기적으로 지정학적 영향력 확장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AIIB는 설립 이후 110개국이 가입하며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에 이어 주요 다자개발은행으로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미국과 일본은 가입하지 않고 있어 서구와 중국 간 금융 패권 경쟁의 상징적 기구로 여겨지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