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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제트엔진·AI 장착 '샤헤드' 공세…우크라 방공망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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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러시아, 제트엔진·AI 장착 '샤헤드' 공세…우크라 방공망 '흔들'

속도 2배↑ 제트엔진, GPS 교란 피하는 AI 시각 항법 탑재
고고도 급강하·방공부대 직접 타격…전술까지 바꿔 요격 난이도 급상승
러시아가 제트 엔진과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신형 자폭 드론 '샤헤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보다 2배 이상 빨라진 속도, GPS 교란을 피하는 시각 항법 기능에 고고도 급강하 전술까지 더해져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큰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IISS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가 제트 엔진과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신형 자폭 드론 '샤헤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기존보다 2배 이상 빨라진 속도, GPS 교란을 피하는 시각 항법 기능에 고고도 급강하 전술까지 더해져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큰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IISS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쓰는 샤헤드(러시아명 게란-2) 자폭 드론이 제트 엔진과 인공지능(AI)까지 탑재하며 빠르게 진화하면서, 요격은 한층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각) 포브스 재팬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샤헤드 드론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19일과 20일 사이에는 남부 오데사가 드론 파상공격으로 4층 주택이 완전히 무너지고 여러 건물이 부서졌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야간 공습에 동원되는 샤헤드 드론이 현재 수백 기에서 최대 1000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DIY 드론'의 변신…더 빠르고 똑똑해졌다


본래 이란이 개발한 샤헤드-136은 2행정 피스톤 엔진으로 프로펠러를 돌리는 단순한 구조의 드론이다. 사거리는 1800~2500km에 이르고, 30~50kg의 탄두를 탑재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을 정도"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러시아가 면허 생산에 나서면서 샤헤드는 더 위협적인 무기로 바뀌었다. 기체 표면을 검게 칠한 '스텔스' 기종, 파괴력을 높인 열압력 탄두, 사상자를 최대한 늘리려는 집속탄을 갖춘 모델이 등장했다. 전파방해(재밍)를 피하는 항법 장치도 탑재했다.

최근에는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한 기종까지 나왔다. 이란은 2023년 제트 엔진을 단 샤헤드-238을 공개했지만, 실제 우크라이나에 투입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피스톤 엔진 샤헤드의 최고 속도가 시속 190km인 데 반해 제트 엔진 모델은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시속 480km에 이른다. 속도가 빨라진 만큼 경보 시간은 줄고 요격은 더 어려워졌다.

기체 자체도 단단해졌다. 한 우크라이나 방공 부대 지휘관은 "최근 러시아는 샤헤드의 엔진 격납부를 장갑판으로 보호하고 연료 탱크도 날개에서 동체 안으로 옮겼다"며 "이제는 날개를 쏴 맞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보조날개나 엔진을 직접 타격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분석가 로이가 전했다.

◇ GPS 없어도 목표물 찾아…AI '눈'으로 재밍 무력화


가장 큰 변화는 '두뇌'의 진화에서 나타난다. 최근 격추된 샤헤드 잔해에서 상용 AI 프로세서로 움직이는 카메라와 기계 시각 장치가 발견됐다. 우크라이나의 세르히 "플레시" 베스크레스트노우 전자전 전문가가 지난 6월 18일 이 사실을 확인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위성항법장치(GNSS) 신호가 교란돼도 카메라 영상에 의지해 '시각 항법'으로 비행할 수 있다. 샤헤드의 기존 약점인 전파방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5월,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파 방해로 전체 샤헤드 공격의 36%를 막았다. 러시아가 불안정한 시각 항법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성공했다면, 샤헤드의 방공망 돌파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 비행 방식 바꾸고 '란셋' 동반…방공망 자체를 위협


러시아는 전술도 바꾸고 있다. 과거 레이더를 피하려 강 계곡 등을 따라 낮게 날았지만, 이제는 대공포 사거리를 벗어나는 높은 고도로 비행하다 목표물 근처에서 급강하하는 방식으로 생존성과 정확도를 동시에 높였다. 알렉산드르 코발렌코 군사 평론가는 "최근 드론은 고도 1000m까지 내려와 기체를 안정시킨 뒤 최종 급강하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중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이 안정화 단계가 매우 짧아 중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기동 부대가 자폭 드론을 확실히 격추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자폭 드론 '란셋'과 함께 날아 방공 부대 자체를 직접 공격하는 전술까지 나타났다. 앞서 나온 방공 부대 지휘관은 "샤헤드 편대가 란셋과 짝을 이뤄 비행하며 방공 부대를 공격하는 사례가 수미와 하르키우 쪽에서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또한 값싼 드론을 대량으로 투입해 비싼 방공 미사일 소모를 유도하는 '소모전'을 벌이는 양상도 뚜렷하다.

우크라이나는 2025년 5월 기준, 샤헤드의 82%를 격추하거나 전자전으로 무력화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700기가 넘는 드론이 방어망을 뚫고 피해를 입혀, 완벽한 방어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우크라이나는 비용은 적게 들고 효율은 높은 AI 기반 자동 요격 체계(예: Sky Sentinel) 도입으로 대응하고 있다.

샤헤드 드론은 단순한 저가 무기에서 고속·고정밀·재밍 내성을 갖춘 첨단 체계로 진화했다. 방공 기술도 발전하고 있지만, 드론의 빠른 진화 속도 때문에 방어는 더 어려워지고 비용도 늘고 있다.

"드론은 방어 수단에 맞춰 빠르게 적응한다. 이 빠른 적응력 자체가 장거리 드론전의 가장 큰 교훈이다. 위협은 계속 진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앞으로 모든 전쟁에서 장거리 드론 공격이 주요 전술이 될 것을 보여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