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감세→수출 감소 악순환...전문가들 "정책 일관성 없어"

상원은 지난 28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법안 표결을 시작했다. 이 법안은 2017년 감세안을 연장하고 이민 단속 강화에 돈을 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초당파 의회예산국은 이 법안이 앞으로 10년간 3조4000억 달러(약 4590조 3400억 원)의 연방 적자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재정적자 늘면 무역적자도 더 커진다
경제학자들은 나라 빚이 늘어나면 무역적자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정부가 모자란 돈을 메우려고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하므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달러값이 오르면 미국 물건을 더 비싸게 만들어 외국 물건 사기를 부추겨 무역 격차를 더 벌릴 것이라고 봤다.
뉴욕 외교관계위원회 국제경제 국장 벤 스테일은 "계속되는 무역적자가 경제 비상사태라는 트럼프의 말을 받아들인다면, 이 법안을 지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무역적자를 더 오래 끌고 가고, 실제로 더 큰 무역적자를 만드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비상주 선임연구원 리처드 새먼스는 "세계 불균형을 줄이고 해결하려는 정부의 분명한 바람과 재정 정책으로 내놓는 것 사이에는 끊어짐이 있다"며 "거시경제 정책과 무역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노를 젓고 있다"고 꼬집었다.
백악관은 이 법안이 규제 완화와 에너지 생산 늘리기와 합쳐져 쌓인 적자를 수조 달러 줄이고 나라의 "재정을 더 튼튼한 길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이 법안이 "의무 지출의 낭비와 사기, 남용을 줄이고 세수를 늘리려고 경제 성장을 빠르게 해서 역사적인 재정적자 축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뜬구름 잡는 성장 가정" 비판
그러나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를 비롯한 여러 초당파 단체들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분석이 "뜬구름 잡는 성장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백악관 계산이 2017년 감세안을 연장하는 데 드는 비용을 빼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1975년 이래 해마다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독일,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은 보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금 세계 경제 체제는 미국이 마지막 소비자가 돼 중국 같은 나라의 넘치는 물건을 빨아들이는 것에 기대고 있다.
과거에는 세계 불균형이 더 심했다. 2006년 미국 경상수지는 경제의 6.3%라는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상무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팬데믹 전까지 그 수치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마찬가지로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중국 흑자는 2007년 10%에서 작년 국내총생산의 약 2%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정책과 무역 정책 갈등은 그의 첫 번째 임기에도 나타났다. 2017년 감세안이 통과된 뒤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16년 3.1%에서 2019년 4.6%로 늘어났고, 무역적자 역시 법안 통과 뒤 2년 동안 커졌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계 경제의 오랜 불균형을 없애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선트는 지난 4월 연설에서 "이런 크고 계속되는 불균형의 지금 상태는 지속될 수 없다"며 "그것은 미국을 위해 지속될 수 없고, 결국 다른 경제를 위해서도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전 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모리스 옵스펠드는 "우리는 이미 위험한 재정 불균형을 키우고 있고, 관세를 통해 실물 경제에 해를 끼치고 있어서 정확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철강 같은 핵심 재료에 관세를 매기면 쇠를 쓰는 기업의 비용이 늘어나 제철소보다 훨씬 더 많은 일꾼을 고용하는 공장의 앞날을 해친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